“올해 국가안전대진단 대상 29만8,580곳 가운데 86.3%(3월25일 기준)인 25만7,649곳을 완료했습니다. 이 중 보수·보강이 필요한 시설은 전체의 4.5%인 1만1,843개소였습니다.”
김부겸(사진)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터뷰에 앞서 국가안전대진단 진행 상황을 줄줄 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민간 등 사회 전 구성원이 참여해 안전실태를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은 지난 2월5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의 경우 점검 대상 29만곳 가운데 보수·보강시설이 4.0%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얼마나 강도 높게 안전진단을 실시했는지 알 수 있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대형 참사가 이어진 만큼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정부부처 장관 가운데 누구보다도 바쁜 김 장관을 3월30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최근 이슈인 ‘안전’과 ‘지방분권’에 집중됐다. 지방분권은 최근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지방분권을 확고하게 뒷받침하려면 재정분권이 필수인데 아직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방에 권한을 주려면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지원해야 한다”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해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으로부터 권한과 재원을 넘겨받는 수직적 분권과 함께 여유 있는 지자체로부터 가난한 지자체로 재정을 조정해주는 수평적 분권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담:김성수 사회부장 sskim@sedaily.com
“지난해 12월 화재 참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의 경우 8층 건물의 가연성 외장재를 불연성 자재로 바꾸는 데 드는 돈은 6,600만원 남짓이라고 합니다. 29명의 인명피해와 수십억원에 이르는 수습비용을 생각하면 건물을 지을 때 줄인 비용은 사회적 피해 규모에 비할 수준이 아닙니다.” 김 장관은 안전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의식과 제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미 지어진 건물은 안전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안전투자에 대해 잔소리를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이어 “안전불감증이나 인재(人災)라는 말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생활 속에 뿌리박힌 고질적인 안전 무시 관행을 뿌리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7대 안전 무시 관행’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한 이유였다. 기존에는 보편적인 안전문화운동을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제점을 하나씩 확실하게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7대 안전 무시 관행은 △불법주·정차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과속운전 △안전띠(어린이 카시트 포함) 미착용 △건설현장 안전규칙 미준수 △등산 시 인화물질 소지 △구명조끼 미착용 등이다.
재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김 장관은 만사를 제쳐 두고 현장을 찾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행안부가 먼저 나서서 지자체 역할을 막는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 계산된 행동을 한다는 삐딱한 시선도 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어 “국민이 위협이나 불운을 당했을 때 ‘개인 혼자만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도록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가 먼저 수습하는데 이전에 겪지 못한 일이라 대부분 당황하고는 한다. 행안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갈래를 나눠준다. 지자체가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고 소방이나 경찰 또는 전기나 가스안전 부문에서 어떠한 절차로 사태를 파악하고 처리할지를 조정한다. 최근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피로감은 물론 현장에서 유가족 등에게 비난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4선 정치인 출신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그동안 선거에 단련돼서 끄떡없습니다.”
김 장관은 틈날 때마다 전국에서 진행 중인 국가안전대진단에 직접 참여한다. 2월8일 광명시 아파트 건설현장에 이어 3월2일 서울 동대문 대형 유통매장, 3월21일 서울 노원구 백화점, 3월26일 의정부 복합상가 등을 직접 찾아 안전 여부와 보완점 등을 점검했다. 의정부에서는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점검하다 쏟아진 물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장관이 이처럼 직접 챙기다 보니 현장 관계자나 점검자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도 김 장관의 설명은 명쾌하다. 그는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중앙집권적인 국가에 살고 있다”면서 “고착화된 중앙의 기득권과 분권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로 그동안 지방자치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주민들 관심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은 이전과 다르다고 역설했다. 김 장관은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자치가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주민대표기구가 지역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주민감사제도 등의 청구요건을 완화하고 참여절차를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제도로서의 지방분권은 최근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 조항에 대해 정부나 국민들 대부분이 긍정적이다. 다만 핵심인 재정분권 방식은 아직 유동적이다. 김 장관은 “실질적 지방재정 확충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및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거둬들이는 부가가치세 가운데 지방에 분배되는 지방소비세 비중을 현재 11%에서 20%까지 늘리고 국세(소득세·법인세)의 10% 수준으로 책정되는 지방소득세 규모도 두 배로 늘리자는 게 행안부의 주장이다.
김 장관은 이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 간 경제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행안부가 지자체에 주는 지방교부세의 균형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재원을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식의 재정 조정으로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논리다.
지방분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를 설득하는 동시에 수도권·비수도권 등 지자체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는 등 삼박자를 맞춰야 한다. 행안부는 지방소비세·소득세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상생기금 등 조정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각각 협의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 수준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중앙으로부터 권한과 재원을 넘겨받는 수직적 분권과 함께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지자체로부터 가난한 지자체로 재정을 조정해주는 수평적 분권인 지역 균형발전을 반드시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면서 “행안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자리매김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내년 2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 /정리=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김부겸 장관 약력> △1958년 경상북도 상주 △1975년 경북고 졸업 △1987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99년 연세대 행정학 석사 △2000~2008년 제16~18대 국회의원(경기 군포) △2005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 △2008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2011년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2012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대구 수성구갑) △2017년 6월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