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평창 성공, 스포츠산업 도약 계기로 삼자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전 환경부 장관

기술혁신과 융합 '신산업의 場'

국내 수요기반 창출해야 성장

풀뿌리 스포츠문화 정착 위해

제도·물리적 인프라 구축해야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감동 속에 막을 내렸다. 한반도 안보 위기를 딛고 치러낸 ‘역대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이라 한국의 저력이 더욱 빛났다. 개·폐막식을 장식한 드론쇼, ‘라이트 평창 빛’의 연출,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과 가상현실(VR)·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초고화질(UHD) 생중계가 어우러져 기술혁신의 진수를 과시했고 시설과 경기 운영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 유명 영문 웹사이트 도시 검색에서 평창(63만7,744건)은 뉴욕(44만4,175건)과 런던(32만3,361건) 등을 앞질러 일약 글로벌 도시의 반열에 올랐다. 의성 컬링장에서 탄생한 ‘팀 킴’의 은메달과 정선 ‘배추보이’ 이상호 선수의 설상종목 첫 메달은 풀뿌리 체육의 결실을 자랑했다.

오는 2020년에는 일본 도쿄올림픽, 2022년에는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린다. 동북아 3국에서 올림픽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기운을 살려 우리 스포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스포츠 산업 도약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스포츠와 과학기술’을 주제로 국회에서 과학기술혁신포럼을 열었다. 좌장을 맡은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스포츠와 과학기술이 미래사회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로봇 등 기계화에 밀려 소외되는 인간의 존엄을 확인할 영역이 스포츠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스포츠는 기술혁신과의 융합으로 신산업의 장을 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6 스포츠 산업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1,400조원이고 그중 미국이 700조원이다. 스포츠 계측기술, 경기력·체력의 향상, 안전, 사고 예방, 재활, 스포츠 미디어 등 파생 분야의 약진은 물론 AI·3D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도 결합하고 있다. 대학에 스포츠산업·스포츠엔지니어링·스포츠생리학·스포츠심리학·스포츠역학 등 융합학과가 설치되는 이유다.


한편 국내 스포츠 산업 구조는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체가 96%다. 원천기술 개발은 요원하고 매출액의 98%가 내수시장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올림픽 기록은 경제 규모나 산업경쟁력 수준보다 높다. 엘리트 체육 중심으로 한정된 종목에 집중한 결과였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의 90%는 한국체육대에서 나왔다. 그런데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 9개(8위)보다 미국(1위 46개) 스탠퍼드대가 가져간 메달이 10개 더 많다. 스탠퍼드대에는 체육학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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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업은 수요 기반의 산업이다. 국내시장이 형성돼야 성장할 수 있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인구를 3억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목표의 3분의1인 1억명이 스케이트를 탄다 해도 스케이트화 시장만 10조원이 된다. 한국의 패러글라이딩 기업이 열악한 조건을 딛고 세계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한 것은 예외적 사례다.

스포츠는 경제적·산업적 효용가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삶의 질 향상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노령화 연구의 과학적 난제 중 하나는 근감소증이다. 약물로 해결될 수 없는 근감소증은 사망에까지 이르는 낙상 등 사고 원인이다. 해외 소년원 대상 연구에서 좋은 자연환경에서 걷기 프로그램만 하는 경우에도 재범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결과도 있다. 디지털 시대, 어릴 때부터 정보기술(IT)과 스마트 기기에 빠져들면서 자세 질환과 컴퓨터단말기 유발 질환(VDT 증후군), 시력 감퇴 등 신형 현대병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예방할 수 있는 길은 운동이다.

건강사회를 위해서는 풀뿌리 스포츠가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학교 커리큘럼과 일상생활에서 스포츠가 정착될 수 있는 제도적·물리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수요 증대로 스포츠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연구개발(R&D) 장기지원으로 스포츠 과학화도 실현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민관 협력과 국민적 관심을 모아 스포츠 산업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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