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언론서 나를 저승사자라 한다는데..." 부담 토로한 김기식

"강성으로 비춰져서 걱정"

업무보고 받는 자리서 밝혀

김기식(오른쪽) 금감원장이 1일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을 나서며 서울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김기식(오른쪽) 금감원장이 1일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을 나서며 서울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자신이 금융권과 언론 등으로부터 ‘금융권 저승사자’ ‘저격수’라고 평가받고 있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직접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임명 직후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업무보고를 받으며 “언론에서 나를 ‘저승사자’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좀 부담스럽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원장 본인이 언론에 저승사자로 불리는 데 대해 걱정스럽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말했다. 임명 이후 언론 대응을 일체 거부한 것도 김 원장이 이 같은 부담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원장은 이날 금감원 연수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평소 소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다려달라.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융권이 김 원장 임명 이후 규제강화 등 변화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이 각종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아직 정책적인 부분까지는 (파악이 더 필요하다)”이라며 말을 최대한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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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현안보고는 부원장보 9명이 국·실장 배석하에 40~50분씩 관련 업권의 주요 이슈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채용 비리와 하나금융과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보고도 이뤄졌다. 금감원은 김 원장이 취임하는 2일 전임인 최 전 원장이 연루된 2013년 하나금융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 이날 유광열 수석부원장을 비롯해 분야별로 임원과 국·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국회와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직 의원 출신인 김 원장이 직접 대국회 업무를 챙기겠다는 취지로 각종 개혁입법 추진을 위해 목소리를 최대한 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명 직후인 지난달 30일 저녁에는 서울 여의도 금감원을 직접 방문해 임원진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 방향인 금융소비자 보호가 앞으로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원장이 참여연대나 국회에서 재벌 저격수로 나선 이력이 있는 만큼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을 겨냥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금감원은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현대차·한화·DB(동부)·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자본 흐름을 집중적으로 살피기 위해 금융그룹감독실을 신설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법제화를 위해 공청회를 여는 등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김 원장은 2일 오전10시 여의도 금감원 강당에서 공식 취임한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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