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김기식 쇼크' 현실화]"책 잡힐 것 없나" 금융사 긴급 내부점검

가산금리 등 압박 가능성에

직원 동원 관련정보 수집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주요 발언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주요 발언




김기식(오른쪽)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을 나서면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기자김기식(오른쪽)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을 나서면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증자 계획을 앞둔 케이뱅크에 ‘김기식 쇼크’가 겹치면서 금융권 전반이 우리도 어떤 문제가 지적될지 모른다며 초긴장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 임명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작 증자 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소수주주들은 김 원장 임기 내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참에 증자참여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정치인 출신인 김 원장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하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각종 규제완화 법안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실제 김 원장은 1일 유광열 수석부원장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국회와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혀 대정부·국회 업무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늦어지면 케이뱅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자본금이 넉넉해야 대출을 확대하고 대출 규모가 늘어나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지금처럼 제한된 자본금 규모로는 정상적인 영업도 어려워진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출범 3개월 만에 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증자가 늦어져 직장인 대상 마이너스통장대출을 중단한 적이 있다. 케이뱅크가 ‘김기식 쇼크’로 주주설득에 실패해 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이 불발되면 또다시 대출중단이 재연되고 이미지 타격은 물론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실권에 대비해 다수의 신규 투자자와 조건을 협의하고 있으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며 금감원장 교체와 무관하다고 설명하지만 어떤 성향의 금감원장이 오느냐에 따라 금융사의 경영전략이 휙휙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김 원장의 과거 발언을 살펴봐도 전임인 최흥식 전 금감원장보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은행 영업행태가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하는 ‘전당포’ 식에 치중하고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은 대기업에 종속돼 있다는 게 김 원장의 뿌리 깊은 생각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예대마진과 각종 수수료 점검에 나섰다. 불투명한 가산금리 체계에 대해서도 시중은행들은 긴급 점검에 착수하고 개선 대책을 내부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완전 경쟁을 해야 하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게 받고 싶다고 높게 받을 수 없는 구조”라며 뒷짐을 지고 있던 은행들이 갑자기 분주한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며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금융회사의 최고이자율을 2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2월부터 24%로 인하됐다. 이 때문에 중금리 대출을 취급해 최고금리 인하에 민감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법정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영업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한 모습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김 원장이 취임 이후에도 최고이자율 추가 인하를 언급할 경우 사실상 흐름이 형성되기 때문에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은 포기해야 된다”며 “경영진에서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 원장은 또 일명 ‘마이너스 체크카드’에 대해 “은행들이 결제 시점부터 이자상환일까지 이자를 물리도록 해 고객들이 손해를 본다”며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체크카드 연계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 때문에 은행 계열인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가뜩이나 줄어든 수익이 더 줄어들 수 있다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원장 임명 이후 금융권 전체가 쇼크에 버금가는 강력한 변화가 불 것이라는 데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내부 대책회의는 물론 (김 원장이나 국회 등을 상대로 한) 설명자료 준비도 조만간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지주는 대관인력은 물론 핵심 직원들이 총동원돼 김 원장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개혁과제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해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산금리나 수수료 등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같은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원장이 규제 정책이나 입법은 다뤄봤지만 유리알 같은 금융시장을 직접 다룬 경험은 없기 때문에 개혁작업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이 금감원의 독립성과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놓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한미 금리역전 등 금리이슈를 민감하게 모니터링하는 상황에서 자칫 제도개혁에만 온 신경을 쓰다 금융시장의 충격에 대비하는 데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지지부진한 ‘초대형 투자은행(IB)’ 문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그는 “은행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거나 해외에 진출해 크게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며 “자산운용업(투자은행)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김 원장은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론’을 강조했다. 19대 국회 당시 문제가 됐던 조선·해운업 지원방안에 대해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소신을 밝힌다”며 “누군가는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호타이어 등에 대해 법정관리를 불사하며 배수진을 친 현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황정원·김기혁·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