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 설립 19년 만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대기업 계열사인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제외하고는 IT업계에서는 사실상 처음 설립되는 노조다. 친노동성향의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IT 업계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확산될 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네이버 노조)는 2일 공식 홈페이지를 열어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가입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네이버 노조는 창립 선언문을 통해 “회사가 성장하면서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IT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은 사라졌다”면서 “복지는 뒷걸음질치며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조의 별칭은 ‘함께 행동해 회사를 깨끗하게 성장시킨다’는 뜻을 담아 ‘공동성명’으로 정했다. 산업별 노조 형태로 네이버랩스, 라인플러스,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 네이버의 관계사와 계열사 직원도 가입할 수 있다. 네이버 노조는 “회사 내부에는 다양한 법인이 있고 인사 이동도 자유로운 편이어서 모든 직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법인별 노조가 아니라 산업별 노조 형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지난 2014년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내부의 적극적인 찬성 목소리가 부족해 좌절된 적이 있다. 노조 출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가입자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네이버 노조가 설립 준비 과정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블라인드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29명의 직원 중 94.9%가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지민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