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문제는 쏘나타다

맹준호 산업부 차장

맹준호 차장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1~3위는 모두 미국 브랜드의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포드·쉐보레·램 등 3대 픽업트럭만 연간 200만대 팔리는 곳이 바로 미국 시장이다.

그러나 그 아래 순위는 대부분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의 중형 SUV ‘RAV4’가 4위, 닛산의 중형 SUV ‘로그’가 5위다. 도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 혼다의 중형 SUV ‘CR-V’와 준중형 세단 ‘시빅’,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 혼다 ‘어코드’가 6~10위로 톱10을 구성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자동차 판매 톱10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우선 픽업트럭은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4~10위가 모두 일본 차라는 점과 이들의 차급이 준중형·중형 세단과 중형 SUV라는 것이 톱10의 의미다. 결론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은 픽업트럭을 빼면 일본 브랜드의 준중형·중형 세단과 중형 SUV가 석권한 시장이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 자동차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차급은 준중형·중형 세단과 중형 SUV이고 일본 브랜드를 가장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 4~10위의 지난해 판매량 합계는 260만5,172대로 3대 픽업트럭 판매보다 많다.


그렇다면 이들 차급에 해당하는 현대·기아차 차종의 2017년 미국 판매 현황을 보자. 먼저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는 20위로 톱20에 턱걸이했다. 그러나 판매량(19만8,210대)은 2016년 대비 4.9% 줄었다. 중형 SUV ‘싼타페’는 13만3,171대 팔려 30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형 세단 ‘쏘나타’다. 13만1,803대가 팔려 31위인데 전년 대비 판매가 33.9% 줄었다. 국내에서는 ‘국민 세단’이고 한때는 캠리·어코드·알티마 등 일본 3대 세단과 정면 승부 하겠다던 쏘나타가 이렇게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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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는 더하다. 중형 세단 ‘옵티마(국내명 K5)’가 전년 대비 13.5% 줄어들어 51위, 중형 SUV ‘쏘렌토’가 전년 대비 13.1% 줄어 55위를 기록했다. 위의 5개 차종은 미국 시장의 주력 제품이어서 모두 현지에서 생산한다. 현지 전략 차종의 성적이 이렇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라는 말은 이 분야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위기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 위기의 중심은 미국이다. 내수 시장은 독점적이고 중국에서의 위기는 정치적 문제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의 현실을 비춰주는 진짜 거울은 미국 시장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중형과 준중형 세단, 중형 SUV를 많이 팔아야 메이저로 올라간다. 그렇다면 곧 투입될 신형 싼타페는 그렇다 치고 내년에 나올 신형 쏘나타는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경쟁차인 캠리와 어코드는 올 초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최근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된 알티마도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겉만 바뀐 차를 만들어서는 2015년 47만대 엔진 리콜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현대·기아차는 새겨들어야 한다.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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