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비트코인은 어디까지 오를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부터 닷컴 버블까지,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열기가 절망을 낳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과거의 그 어떤 사례와도 다르다. 암호화폐 열풍의 원인은 무엇이며, 언제까지 이어질까?









조금만 더 어머니 뱃속에 오래 있었으면, 제리 브리토 Jerry Brito의 딸은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11월, 23시간째 분만실 밖에서 아내를 기다리던 브리토는 아기 이름으로 새로운 대안을 떠올렸다. 바로 ‘1만(Ten Thousand)’이었다.

비영리재단인 코인 센터 Coin Center의 초대 대표이사인 브리토는 몇 년째 비트코인을 홍보 중이다. 그는 비트코인과 그 근간 기술이 경제를 극적으로 바꾸고, 세상을 새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수감사절 며칠 후, 그의 오랜 꿈 두 가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만삭의 아내가 진통을 시작할 무렵, 비트코인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2017년 초 95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브리토가 아기의 탄생을 기다릴 무렵 9,000달러를 돌파했다. 문득 그는 출산이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애는 비트코인이 1만 달러가 안 되는 세상에서 태어나기 싫은 거야.”

안타깝게도 브리토의 딸이 태어난 11월 27일 아침, 1비트코인의 가격은 9,600달러에 머물렀다. 부부는 아이 이름을 다른 것으로 정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비트코인은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첫 열흘간 비트코인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라 2만 달러를 넘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20배 폭등해 기존의 모든 투자를 사실상 압도했다.

비트코인 신도들에게 이 소식은 자신들의 깊은 믿음이 옳았다는 증거였다. 브리토는 “나는 비트코인의 혁명성이 인터넷이 과거와 현재에 보여 준 위력에 못지 않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급상승은 혁명의 다음 단계를 뜻하기도 했다. 선견지명은 부족했지만,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된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시장이 과열됐다. 미국 유일의 공인 비트코인 거래 중개 회사 제네시스 트레이딩 Genesis Trading의 마틴 가르시아 Martin Garcia 매니징 디렉터는 “비트코인이 만약 성공이라면, 아마도 내 아들, 그리고 확실히 내 손자에겐 없을 기회가 지금 온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란 일단 성공하면 그 후론 지루해진다. 돈을 세계 여기저기로 돌릴 뿐이다. 하지만 연 1,800%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건 결코 ‘심심한’ 투자가 아니다.”


주류가 되다

비트코인 광풍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85배나 상승했다. 그러나 다음 해, 마운트곡스 Mt. Gox 거래소 해킹 사건을 계기로 초기 투자자 상당수의 신뢰를 잃으며 폭락했다. 그후 비트코인이 주류로 진입할 전기는 2017년에야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 Coinbase가 약 1,2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46년 역사의 자산관리업체 찰스 슈와브 Charles Schwab의 계좌 수를 넘어섰다. 몇 주 후, 코인베이스 앱

은 아이폰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했다. 한때 반항아들의 환상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본 기사 발행 시점을 기준으로 약 3,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가상통화 벤처투자사 디지털 커런시 그룹 Digital Currency Group(DCG)의 멜텀 더미러스 Meltem Demirors 개발 담당 디렉터는 “지금은 부자가 될 수 있는 21세기 최대의 기회다. 사람들은 이 기회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DCG는 시장에 공급된 전체 비트코인의 1%를 포함해 가상화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블록체인 전문 벤처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들이 상호간 발생한 모든 거래의 원장(ledger)을 공유, 외부 업체의 중개 없이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회계 수단이다.

지정학적 우려도 블록체인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의 성장 배경에는 지난 금융위기가 야기한 기존 제도에 대한 불신이 있다. 서구 사회에 포퓰리즘적 정서가 퍼지면서, 정부와 은행의 통제 밖에 있는 탈중심적 통화의 인기가 높아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영국 브렉시트 투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이후 모두 크게 뛰었다. 한편, 랜섬웨어 공격의 급증도 비트코인의 수요를 높였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의 투자자들은 초인플레이션을 피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비트코인의 의의에 대한 대중적 인식 또한 예전보다 훨씬 깊어졌다.

벤처캐피털 업체 플레이스홀더 Placeholder의 공동창업자이자 암호화폐 투자 안내서 ‘암호자산(Cryptoassets)’의 공동 저자인 크리스 버니스키 Chris Burniske는 “금에 투자하듯 위기 헤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 마이크 노보그러츠 Mike Novogratz도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 근거는 아주 많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개인 순자산의 30%를 투자하고 있다. 직원들이 수백만개 유령 계좌를 만든 웰스 파고 Wells Fargo 은행 횡령 스캔들 등 제도권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노보그러츠는 “이 망할 은행들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을 했다.

그러나 신뢰 여부와 관계없이, 은행·자산운용사도 비트코인에 뛰어들 태세를 취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 Gemini의 공동창업자 겸 CEO 타일러 윙클보스 Tyler Winklevoss는 “월가가 이제 막 발끝을 담근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미니는 작년 12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와 제휴 관계를 맺고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기존 대형 금융사들이 참여할 길 하나를 연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야구로 치면 이제 1회 말에 불과하다.”

반면, 새 패러다임에 대한 흥분과 일확천금의 꿈이 결합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며 파국을 점치는 이도 있다.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Robert Shiller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버블 붕괴를 다룬 대표적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닷컴 버블이나 주택시장 버블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경고했다(실러는 과거 이 두 버블의 붕괴를 예측했으며,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비이성적 과열’에 가상화폐 광풍을 추가한 4판을 출간할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지금은 경제학자의 경고나 재앙 가능성 따위에 개의치 않는 낙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개미투자자부터 월가까지, 비트코인 앞에 모여든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비트코인의 상승은 과연 일장춘몽일까?


비트코인은 왜 올랐을까

아직까지도 본명과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 Satoshi Nakamoto는 2010년 8월 비트코인 온라인 포럼에서 한 가지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역사적인 백서를 통해 최초로 비트코인 개념을 제시한 때로부터 약 2년이 지난 후였다. 나카모토는 이렇게 썼다. “금만큼 희소한 일반 금속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가상의 금속은 “실용적·장식적으로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딱 하나, 통신 수단을 통해 전송할 수 있다는 마술적 특성이 있는” 물질이다.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물리적 실체에 비유한 것은 돈이라는 개념의 근본적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교환 수단이라는 점이 가치의 유일한 근거인 돈은 어떻게 교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얻는가? 답은 간단하다. 가치란 대체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카모토가 상상한 마법의 금속도 제한된 공급량과 즉각적인 전송 가능성을 이유로 시장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투기 세력도 “교환 수단으로서의 잠재적 유용성을 예견”하고 비트코인에 투자할지 모른다. 나카모토는 “나도 이 금속을 조금 갖고 싶을 것”이라고 짓궂게 적었다.

비트코인의 유용성은 아직까지도 대체로 이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이를 조금 갖고 싶어하는 투자자는 많다는 건 이제 판명됐다. 혹자는 비트코인에서 중앙은행을 대체하고, 비자·마스터카드를 대신하는 사상 최초의 만국공용화폐를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 조각은 좋게 말해 ‘디지털 황금’일 뿐이다. 돈을 저장하기엔 좋은 수단(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가치저장’)이지만, 결제 수단으론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Sequoia의 매트 황 Matt Huang 파트너는 “비트코인으로 피자나 커피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그건 현 시점에선 망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코인베이스 사장을 역임한 프레드 얼샘 Fred Ehrsam은 ‘인터넷의 마법 화폐’는 현실에 적용하기에 매우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남들이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이상한 개념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다. 현대 경제의 근간인 지폐나 그 전의 금·은도 집단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정해서 가치를 지니게 됐다는 점에선 비트코인과 다를 바 없다. 황은 “동의하는 사람 수만 충분하다면 비트코인 버블은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일러와 그의 쌍둥이 형제 캐머런 Cameron 윙클보스 등 낙관론자들은 비트코인의 최근 급등을 메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윙클보스 형제는 자신들의 사업 계획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 동창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고소해 전국적으로 유명인이 됐다. 이들의 다음 활동이 비트코인이었다. 이들은 페이스북 소송의 합의금 6,500만 달러 중 일부를 몇 년 전 비트코인에 투자했고, 그 결과 자산이 최근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은 여러 면에서 궁극의 사회관계망이다.” 타일러의 말이다. “우리 모두를 잇는 가치의 매개체니까.”

비트코인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선발주자인 만큼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검색에서 구글, SNS에서 페이스북, 전자상거래에서 아마존이 갖는 위치와 유사하다. 예일대의 실러 교수는 “비트코인은 ‘최초의 개척자(first mover)’이기 때문에 다른 어느 암호화폐보다도 매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버드가 (미국) 최초의 대학이기 때문에 최고로 평가 받는 것과 똑같다.”

자신의 컴퓨터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대가를 제공하는 독특한 시스템 ‘채굴’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옥수수·원유·금 등 상품 시장에선 공급자들이 수요 충족을 위해 공급을 늘리다가 본의 아닌 과잉이 발생해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코딩을 통해 총 공급량이 2,100만 코인으로 영원히 묶여 있다(이 중 약 80%가 현재 생산됐다). 희소성만큼 가격을 올리는 힘도 없다.

일부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이런 장점 등을 들어 비트코인의 가치가 끝없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최근 사이버보안 업계 선구자 존 매커피 John McAfee는 2020년 1비트코인의 가격을(종전 50만 달러에서 높아진) 100만 달러로 예측했다. 비트코인의 시장가치가 금 시장(현재 규모 9조 7,000억 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경우 1코인의 가격은 약 46만 달러가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장 열렬한 추종자들도 폭락 가능성은 인정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규제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기능이 더 뛰어난 다른 블록체인에 추월 당하는 것이 그같은 경우다. 과열로 가던 투기 흐름이 단숨에 식은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코넬대 법대 로버트 하킷 Robert Hockett 교수는 “나는 암호화폐가 IT판 비니 베이비 Beanie Baby *역주: 90년대 투기 대상으로 인기가 높았던 곰인형 브랜드 내지는 21세기의 튤립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집값보다 대출금이 더 높은 ‘깡통 주택(underwater mortgag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 당국이 토지 수용권(eminent domain)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유명세를 탔다. 하킷은 비트코인 열풍이 금융위기와 비슷한 재앙을 낳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증권당국 한 관계자가 비트코인 투기 목적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는 사례에 대해 경고한 후, 현 상황을 이렇게 비꼬아 표현했다. “마치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지 장난을 치는 듯한 상황이다.”

하킷은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해선 이 정도 인기를 끌기에는 너무 결함이 많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암호화폐인 만큼 1세대 기술의 전형적인 단점도 갖고 있다. 거래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고, 소규모 거래도 수수료가 비교적 높아 20달러까지 오르곤 한다. 게다가 해킹도 빈번하다. 또, 현재 전체 네트워크의 초당 최대 거래건수가 7건에 불과하다. 반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초당 수천 건을 처리한다. 하킷은 이에 대해 “1980년대 영상 기술이 뜰 때 베타맥스 Betamax *역주: 최초의 비디오테이프에만 투자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금융분석업체 메러글림 Meraglim의 수석 전략가 짐 리카즈 Jim Rickards의 비트코인 전망도 비관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는 스스로를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낙관론자”라 칭하면서도, “비트코인은 네안데르탈인, 즉 진화의 막다른 골목”이라고 평가했다.


멸종 위기종?

18세기 초 오리너구리를 난생 처음으로 본 영국 과학자들은 사기가 아닌지 의심했다. 이 동물은 당시 서구 과학계의 분류학적 기준에 들어 맞지 않았다. 오리너구리는 두더지처럼 생겼지만 오리의 부리, 비버의 꼬리, 수달의 발을 갖고 있다. 독성이 있고 알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정밀하게 검사한 후, 과학자들은 ‘이거 진짜네!’라고 인정했다.” 암호화폐 및 관련 기술 전문 벤처캐피털인 블록체인 캐피털 Blockchain Capital의 연구 총괄 책임자 스펜서 보가트 Spencer Bogart의 말이다.


그는 비트코인에 대해 유명한 비유를 했다. “오리너구리는 파충류, 비버, 오리, 수달로서의 자질은 부족하다. 대신 오리너구리로서의 자질은 뛰어나다. 비트코인도 화폐나 상품, 핀테크 기업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할지 몰라도 비트코인으로서의 자질은 뛰어나다. 비트코인은 자기만의 분야와 자산 클래스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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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들이 비트코인을 무시해도, 보가트 같은 낙관론자들은 반격을 가한다.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다. 비트코인의 소프트웨어 코드 개발은 계속 이어진다. 기능을 변경·개선 혹은 ‘포크fork’할 수 있다. 포크란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잠재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을 복제·분화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팬 상당수는 결제 속도 향상을 개선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진화를 통해 비트코인의 기능성(예컨대 국제 결제에 드는 비용의 절감 및 속도의 향상, 혹은 거래관계의 암호화 및 자동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 계약’ 기능의 추가)이 개선된다면, 자금력이 확실한 기업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비트코인의 총량이 한정된만큼 기존 소유자들이 보유한 코인의 매력이 커질지도 모른다.

오로지 그런 이유로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초 투자자 대다수가 실행 중인 전략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을 최소 3년간 보유한 사람들은 ‘호들러 HODLer’라 불린다. 한 온라인 포럼에서 탄생한 이 이름의 유래는 보유하다(hold)의 오타다. 다수의 호들러가 여전히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 디지털 법의학 업체 체이널리시스 Chainalysi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들러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중 4%만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상태다. 거래소 등록은 비트코인 매각의사 표현의 대리 정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절대 다수가 비트코인으로 얻은 부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비트코인 보유자가 향후 추세를 관망하는 전략을 취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내일이면 두 배로 뛸 지도 모르는 게 사실이며, 현실적으로 투기 외의 용도가 많지 않다. 거대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Fidelity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별 인기가 없다. 오늘 샌드위치 값 5달러 결제에 쓴 비트코인이 크리스마스 때 쯤이면 100달러의 가치를 지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암호화폐의 문제다. 결제수단으로서 변동성이 너무 크면 통화로서의 활용도가 낮아진다. 반면, 만약 암호화폐가 널리 퍼져 가치가 안정되면 현재의 폭발적 상승세는 멈출 것이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가르시아가 말한 “심심한 투자”가 된다는 뜻이다. 결과가 어떻든, 비트코인의 화폐기능 가능 여부가 밝혀지면 투기성 자금이 비트코인에서 이탈하면서 폭락이 진행될 수도 있다. 호들러도 변수다. 비트코인이 사회 전반에서 기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들의 목표라면, 과연 그 기다림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암호화폐 투자자 노보그러츠는 “3년이 10년으로 길어진다면 시장은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비트코인의 탈중심적 특성을 고려할 때 규제 당국(혹은 그 누구라도)이 행동에 나서는 순간 이 시장은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

대규모 투자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버블은 보통 ‘눈먼 돈’이 ‘스마트 머니’를 좇을 때 붕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개인과 소규모 투자자가 비트코인 열풍을 주도했다. 이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최소 1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거의 그 대열에 참여하지 못했다. 자산 보호에 대한 수탁 및 준수 의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가장 보수적인 헤지펀드와 국부펀드까지 관심을 보이자, 코인베이스와 비트고 BitGo 등이 대규모 투자자의 수요에 맞는 투자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 삭스가 비트코인 거래 상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현재 골드만 삭스가 진행한 유일한 암호화폐 관련 투자는 서클 Circle이라는 벤처기업 투자 건이며, 이미 관련 거래를 하고 있다). 비트코인 낙관론자들은 향후 유입되는 ‘스마트 머니’의 양이 현재 비트코인 시장에 투자된 총액보다도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론상 시장 가치가 단숨에 2배 이상 뛸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아직 폭락·안정 궤도에 접어들 때가 아니며, 더 오를 여력이 상당하다고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최악의 버블은 비교적 범위가 한정된 경향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은 네덜란드 밖으로 퍼지지 않았다. 실리콘밸리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 때도 미국 밖 주식 시장은 비교적 빨리 회복했다. 반면 현재는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든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자본시장 접근이 아예 차단됐던 짐바브웨부터 아프가니스탄까지,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소외됐던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보그러츠는 “전 세계가 동시에 뛰어든 투기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마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거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열풍 그 이후

위의 이유 등을 들어, 노보그러츠는 “암호화폐 버블이 현재 시장가치의 20배인 10조 달러로 뛴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닷컴 버블이 꺼지기 전 나스닥의 시가총액이 6조 달러(물가상승률 감안 전 기준)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물론 나스닥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처럼 닷컴 버블 전후에도 꾸준히 대기업의 위치를 지킨 회사들이 여럿 있다. 이에 반해 현재의 비트코인은 아직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오리너구리다. 비트코인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인 코인베이스의 CEO도 우려할 정도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Brian Armstrong CEO는 최근 전직원 회의 이후 가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지금이 버블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현존하는 모든 암호화폐의 시장가치 총액이 5,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실제 사용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암스트롱은 “우리가 실제로 이 5,000억 달러의 가치를 얻은 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비트코인은 한 번 뛰기 시작하면 일시적 폭락이 발생해도 결과적으론 예전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낙관론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실제 기능을 아득히 뛰어넘을수록, 기술이 사람들의 부푼 기대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DCG의 더미러스는 “현재의 투기 흐름이 (…) 관련 인프라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붐이 기업인과 프로그래머가 시간과 돈을 이 분야에 투자하게 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장기적 관점의 비트코인 팬들은 새로 얻은 부를 암호화폐 경제에 투자해 블록체인 기반 사업을 창출하고 있다. 윙클보스 형제의 제미니, 벤처기업-투자자 매칭 사이트인 에인절리스트 AngelList의 창립자 나발 라비칸트 Naval Ravikant의 암호화폐 전문 헤지펀드 등이 그 예이다. 결국 밑천이 있어야 돈을 번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더 많은 돈이 유입될수록, 기존 보유자도 이에 맞춰 점점 보수적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암호화폐가 선발 주자인 비트코인을 교묘하게 추월할 수 있는 길이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폴리체인 캐피털 Polychain Capital의 창업자 올러프 칼슨-위 Olaf Carlson-Wee는 “새로 개발되는 기술 가운데 워낙 흥미로운 것이 많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시장 비중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내가 암호화폐의 몰락에 투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인센터의 제리 브리토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단순히 무한한 수익률로 한정 짓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그의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가능성이다. 그는 이에 대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세상, 이 세상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매력은 화폐 자체가 아닌 기술이다. 브리토 부부는 결국 딸의 이름을 페니라고 지었다. 그러나 브리토에 따르면, 거기엔 금전적인 뜻은 없다. 페니는 퍼넬러피 Penelope의 애칭일 뿐이다.




■ 대형 금융사와 비트코인의 복잡한 관계
대형 금융사는 규제 상의 제약과 위법 가능성 때문에 그 동안 비트코인 열풍 밖에 있었다. 업계 리더들 중에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당장이라도 열풍에 동참하고픈 이들도 있다.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 JP모건 체이스 CEO
“우리 회사에 비트코인 거래 담당자가 있다면 당장 해고할 것이다 (…) 튤립 버블보다 더 질이 나쁘다.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죽는 사람이 나올 것 (…) 비트코인은 사기다.”
- 2017년 9월 12일 바클레이스 글로벌 금융서비스 컨퍼런스




애비게일 존슨 ABIGAIL JOHNSON / 피델리티 CEO
“우리 회사는 가상화폐를 포기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대형 금융회사 중 하나다. 우리는 소규모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채굴 작업장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성과가 뛰어나다.”
- 2017년 5월 23일 컨센서스 컨퍼런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LLOYD BLANKFEIN / 골드만 삭스 CEO
“#비트코인에 대해 아직 생각 중. 아직은 포용·거부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폐가 금을 대체할 때도 의심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 2017년 10월 3일 본인 트위터




아서 레빗 ARTHUR LEVITT / 전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나 스스로 비트코인 자체에 투자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통화 시스템이 견고한 나라와 사실상 없는 나라 간 격차 때문에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2017년 9월 14일 워싱턴 포스트


■ IT업계의 비트코인 사랑
기술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무(無)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을 태동시키는데 익숙하다. 이들이 (때로는 비속어를 써 가며)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적극 옹호하는 이유다.




피터 틸 PETER THIEL / 벤처투자자
“비트코인을 과소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저장 형태다. 마치 금처럼 가치의 저장소다. 실제 결제에 쓸 필요는 없다.”
- 2017년 10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일론 머스크 ELON MUSK / 테슬라 CEO
“몇 년 전에 친구가 1BTC(비트코인)의 일부를 보내줬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 2017년 11월 28일 본인 트위터




존 매커피 JOHN MCAFEE / 사이버보안 기업인
“BTC는 내 모델에서 가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내 예상은 (비트코인이) 2020년 말까지 100만 달러로 오른다는 것이다. 틀리면 손목을 자르겠다.”
- 2017년 11월 29일 본인 트위터




나발 라비칸트 NAVAL RAVIKANT / 에인절리스트 창립자 겸 메타 스테이블 캐피털(암호화폐 헤지펀드)의 공동창립자
“비트코인은 일확천금을 약속하는 사기처럼 보이지만, 인류를 독재자와 소수 지배층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단이다.”
- 2017년 6월 22일 본인 트위터


■ 비트코인에 대한 네 가지 핵심 질문
비트코인을 사지 않는 투자자들도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궁금증을 갖고 있다. 다음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결론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1. 월가가 비트코인 열풍에 동참할까? ▶ 그동안 대형 금융사와 펀드매니저들은 규제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암호화폐 시장 참여를 꺼려왔다. 그러나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그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월가가 이 열풍에 동참할 경우, 비트코인 가치가 향후 몇 배 더 뛸 것이라 보고 있다.

2. 비트코인은 다음 폭락을 버틸 수 있을까? ▶ 비트코인 가격은 그 동안 주기적으로 20% 이상 폭락해왔다. 일부 투자자들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2014년 대형 해킹 사건으로 대형 거래소 중 하나였던 마운트곡스가 문을 닫자, 안전을 중시한 투자자들이 2년간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 결과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유사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일반 투자자들은 이탈할 것이다.

3. 중국 정부가 잔치를 중단시킬까? ▶ 중국 당국은 과거에 비트코인을 단속한 적이 있다. 투기 및 차입에 대한 우려로 다시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가장 열성적인 투자자 일부가 사라질 것이다.

4. 다른 코인이 왕좌를 빼앗을까? ▶ 비트코인은 가장 역사가 길고 가치가 큰 암호화폐지만,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캐시 같은 민첩한 경쟁자들에게 인기를 빼앗길 수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ROBERT HACKETT, JEN WIECZNER

ROBERT HACKETT·JEN WIECZ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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