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발 ‘대입 정시 확대’ 논란이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교육부는 상위권 주요 대학에 “정시 비율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대입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고 우려를 표명한 수준”이라고 말을 바꿨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대입 정책을 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30일 서울대와 고려대를 포함한 서울 소재 5개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전형 비율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총장을 직접 면담했고 중앙대와 경희대·이화여대에는 전화를 걸었다.
이 같은 교육부 방침이 사실상 ‘수시 확대’ 기조를 뒤집은 ‘정시 확대’ 전환으로 해석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큰 혼선이 빚어졌다. 정시 축소나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등 기존 입시 정책을 두고 반론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을 처리한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정시 확대 폭이 어느 정도인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기존 공약을 바꾸는지 등 뒤따르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아 혼선을 더욱 부추겼다는 비판이다.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이날 “오는 2022년 이후 수능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할 것이고 단기적으로 현재 수능 정시 비율이 축소되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시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대입제도가 시행되는 2022년까지만 활용될 임시방편을 만들었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시 확대 폭에 대해서도 수시 확대 기조를 바꾼 게 아니라 소폭 조정하는 정도라고만 설명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깜깜이 정책이 더 깜깜해졌다”며 교육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고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시를 준비하라는 신호인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방침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인데 그러면 정작 정시를 준비했다가 변별력이 없어져서 피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학생들과 학부모, 사교육 업체들은 정시 인원이 12.4%(125명) 늘어난 연세대의 입학전형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입시전략을 연구하는 데 골몰했다.
가장 큰 문제는 널뛰는 대입 정책 때문에 수험생들만 피해를 겪는다는 점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시모집을 늘려 수험생들이 수시 위주로 입시를 준비했는데 이제 와서 교육부가 다시 정시를 늘리라고 독려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번 ‘정시 확대’ 요청 논란만 놓고 보면 실제 수험생들의 혼란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그보다 교육 정책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시 비율을 조금 늘리는 정도라면 수험생들의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보다 깜깜이 정책 때문에 입시 방향을 예상할 수 없게 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