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이 개인 소유 회사의 경영난을 막기 위해 그룹차원의 부당지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그룹이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조 회장의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자금 조달을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과징금 30억원을 부과하고, 조 회장 등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지원주체인 효성투자개발과 지원을 받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각각 4,000만원과 12억2,700만원, 부당지원행위를 교사한 효성은 17억1,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효성과 효성투자개발에 대해서는 법인 고발이, 조 회장,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 임석주 효성 상무는 개인 고발 조치된다.
사건의 발단은 조 회장이 77.22%(간접지분 포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영업난과 자금난으로 퇴출 위기에 직면하면서부터였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2년부터 영업손실을 연속해 기록했고 그 규모도 급속히 확대됐다. 이 와중에 홍콩계 투자자인 엑셀시어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투자한 15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감자를 실시하면서 자금난은 더욱 악화됐다. 2014년에는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이 한정의견을 내면서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도 불가능해지고 기존 차입금의 상환 요구도 이어졌다. 결국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4년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효성 그룹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살리기에 나섰다. 효성 재무본부는 2014년11월 효성투자개발을 지원 주체로 결정하고 지원 방안을 기획했다. 방식은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식이었다. 효성투자개발은 부실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을 섰다. CB에 수반되는 신용상·거래상 위험 일체를 인수해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TRS 계약은 효성투자개발이 CB 인수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구조였는데, 이를 위해 CB 원금보다 큰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효성투자개발이 위험을 떠안자 대주단인 4개 금융회사가 CB 인수를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SPC)를 통해 대금을 지급했다. 이 CB의 조건은 30년 만기(무한연장 가능) 후순위 무보증 사모 방식으로 인수자의 중도 상환 요구권조차 없어 사실상 영구채 성격이 짙었다. 이 때문에 회계상으로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처리됐고 금리도 연 5.8%에 불과했다. 효성투자개발의 TRS 계약으로 인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 TRS 계약이 오로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효성개발투자가 참여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또 효성개발투자의 지원으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와 조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또 한계기업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자연 퇴출이 막혀 LED 조명 시장의 공정 경쟁 기반을 훼손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효성개발투자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자금 지원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금지, 부당지원금지 항목을 적용해 법인과 경영진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총수 2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고 중소기업의 경쟁기반마저 훼손한 사례를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파생금융상품의 외형을 이용한 변칙적·우회적 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점에서 탈법적 관행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