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에 함성이 돌아왔다. 개막을 사흘 앞둔 현지시간 월요일(2일)의 함성이 대회 최종일인 일요일 같았다고 AP통신은 표현했다. 연습라운드부터 구름관중과 뜨거운 열기를 다시 몰고 온 주인공은 바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다.
3년 만에 우즈가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총상금 1,100만달러)가 5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개막한다.
‘골프명인’ 87명이 나오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우즈에게 쏟아지고 있다. 마스터스를 빼고서는 우즈의 경력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우즈와 마스터스의 인연은 각별하다. 지난 1997년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을 무려 12타 차 압승으로 장식했고 2001년에는 2000년부터 시작한 메이저 4연승을 완성해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2002년에는 2연패를 달성했으며 2005년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최종일 16번홀 환상적인 칩샷 버디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 우승은 네 차례로 잭 니클라우스(77·미국)의 6승에 못 미치지만 누구도 통산 20차례 출전해 4승을 포함해 14번이나 톱10에 입상한 우즈보다 화려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즈 빠진 마스터스도 빛을 잃었다. 2014·2016년과 지난해까지 허리 부상으로 우즈가 나오지 못한 마스터스의 매력과 열기는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내 최종라운드 시청률을 봐도 1997년 14.1%, 2013년 10.3% 등을 찍었던 것이 우즈가 불참한 해에는 2014년 7.8%, 지난해 7.6%로 뚝 떨어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네 번째 허리 수술 뒤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던 우즈는 이제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달 혼다 클래식 12위, 발스파 챔피언십 공동 2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공동 5위 등의 성적을 냈다. 마스터스에 맞춘 부활 시나리오대로 건강과 경기력·근성을 회복한 그는 13년 만에 다섯 번째 그린재킷 획득을 노린다. 우승한다면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미뤄졌던 PGA 투어 통산 80승, 2008년 US 오픈 이후 10년 만의 메이저 통산 15승을 달성하게 된다. 우즈는 최근 “오거스타내셔널은 무엇보다 경험이 필요한 곳”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우즈와 함께 연습을 한 프레드 커플스(59·미국)는 “우즈를 보니 허리는 문제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볼을 멀리 쳤고 아름다웠다”며 “10년 전에 함께 쳤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린재킷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우즈뿐이 아니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3일 우승후보를 꼽으면서 우즈를 5위에 올려놓았다. 1순위는 저스틴 토머스(미국). 올 들어 혼다 클래식 우승, 멕시코 챔피언십 준우승, 매치플레이 4강 등으로 상승세를 타며 세계 1위 등극을 노리는 토머스는 마스터스에는 두 차례 참가해 2016년 공동 39위, 지난해 공동 22위를 기록하며 경험을 쌓았다. 멕시코 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한 마스터스 3승의 필 미컬슨(미국)이 2위, 꾸준한 성적이 돋보이는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3위로 평가됐다. 네 차례 출전에 한 번의 우승과 준우승 두 차례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둔 조던 스피스(미국)가 4위다.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석권)에 마스터스 우승만 남겨놓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등도 우승후보로 부족함이 없다.
베팅업체들 역시 우즈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웨스트게이트는 우즈의 우승 배당률을 12대1로 책정했다. 토머스·스피스·매킬로이·존슨의 10대1 다음으로 낮은 것이다. 배당률이 낮은 것은 그만큼 우승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