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성이 조산·유산의 위험을 극복하고 국내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모(37·광주광역시)씨가 올해 1월 9일 몸무게 2.98㎏의 아들을 순산했다고 3일 밝혔다.
심장·폐 등을 이식받은 여성이 임신할 경우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
이씨는 10년 전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해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후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했다. 남편과 시댁은 이씨의 건강을 염려해 임신을 만류했지만 이씨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2014년 심장이식을 받은 친정어머니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임신에 성공한 이씨는 이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이식받은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 유무, 고혈압·당뇨병 발생 여부 등을 체크했다. 다행히 임신 중 체중·약물 조절이 잘 됐고 건강에도 큰 이상이 없었다.
출산 때 제왕절개 마취 방식도 고민거리였다.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력이 있는 만큼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씨의 심장질환 주치의였던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는 “전신마취를 할 경우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이씨가 직접 볼 수 없다”며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해보자”고 마취과를 설득했다. 이는 이씨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1월 2.98㎏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무도 경험해본 적이 없지만 의료진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면서 “건강하게 태어나준 아이에게 고맙고 심장이식 환자들도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씨처럼 심장이식을 받는 가임기 여성은 해마다 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1,391건의 심장이식을 받은 사람 가운데 32%는 여성, 이 중 3분의1가량은 가임기 여성이었다.
김 교수는 “이식 후 1년 이상이 지나서 이식된 심장의 기능이 안정적이고 건강이 회복된 경우에는 임신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다만 면역억제제를 줄이면서 적절한 혈중 약물농도를 유지하고 주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받는 등 의료진의 관리가 임신 계획에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