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노래를 하고/아들 손자 며느리도 함께 불러요/온 가족이 모여서 즐거운 한때/노래하고 춤추는 장수만세’
1970~1980년대 큰 사랑을 받은 TV 프로그램 ‘장수만세’의 오프닝 주제가다. 듣기만 해도 가족 간의 사랑이 샘솟고 할아버지·할머니를 공경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 것 같다.
지난 1973년 10월 동양방송(TBC)에서 첫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에는 노인과 그 가족이 출연해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장기자랑을 펼쳤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온 가족을 TV 앞에 앉혀놓을 만큼 남녀노소 구분 없이 폭넓은 시청자층과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1980년 12월부터는 한국방송공사(KBS)로 간판을 바꿔 방송되다가 1983년 3월 많은 사람의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장수가 개인에게는 축복이고 집안의 자랑이자 가문의 영광이던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은 노인의 숫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었고 지혜와 연륜을 높여 부르던 ‘어르신’이라는 칭호는 듣기 어려운 말이 됐다. 지난해 8월 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의 비중이 14% 이상)에 진입한 한국에서 노인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나라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존재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민연금 고갈이나 지하철 적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노인들이 사회적 부담으로만 지목되는 실정이다. 특히 “노인들 먹여 살리는데 왜 내가 희생해야 하느냐”는 청년들의 반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만든 ‘노인인권 종합보고서’를 보면 청년 10명 중 6명은 ‘노인 일자리 증가 때문에 청년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노인복지 확대로 인한 청년층의 부담 증가를 걱정하는 응답은 80%에 육박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틀니를 낀 노인을 비하하는 은어인 ‘틀딱’ 등 경멸이 쏟아지고 부정적인 시선을 가득 담아 등장한 ‘혐로(嫌老)’에 밀려 ‘경로(敬老)’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내 집 노인을 공경하듯이 남의 집 노인을 공경하면 천하가 내 손바닥 위에서 움직인다’는 맹자의 말씀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평균 82.4년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암 등 3대 사망 원인 질병이 없다면 7.1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몇 해 전 술자리에서 유행한 “웬만하면 90살 가까이 살고 재수 없으면 100세 산다”던 농담은 더 이상 듣는 사람이 웃지 않는 현실이 됐다. ‘노인이 되기는 쉬워도 노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버거운 나라.’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다.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