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 나쁜 소식이 크레셴도(‘점점 크게’를 의미하는 음악 용어)처럼 쌓이고 있다.” (아트 호건 분더리히증권 수석시장전략가)
지난달부터 시작된 미국 기술주의 하락은 그동안 탄탄했던 실적과 성장 기대감에 묻혀 있던 IT 공룡들의 ‘잠재 위험’들이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유동성 위기, 독점 등 수년 전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논란과 비판이 미 실리콘밸리를 뒤흔들기 시작한 가운데 각국 정부가 이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의 칼을 이들 기업에 겨누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해온 IT 산업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완전히 세금을 납부하는 미 소매 업체가 도처에서 문을 닫고 있다”며 “평평한 경기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보들이나 미국 우체국이 아마존으로부터 돈을 번다고 얘기한다”며 “우체국은 손해를 보고 있으며 이는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과 30일에도 아마존이 우편비용을 지나치게 적게 지불하고 있으며 유통 업계를 망하게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아마존 때리기’를 반독점법 적용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전자책·식품·의약품으로 분야를 확장해나가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 유통망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해당 산업 분야를 먹어치우는 ‘새로운 독점 모델’이라는 비판이 지난해부터 제기된 바 있다. 미 정부가 실제로 독점의 정의를 새롭게 해석해 아마존에 반독점법을 적용한다면 아마존은 비즈니스 모델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파산설까지 제기되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영난 역시 핵심은 자율주행차 사망사고라기보다 거듭되는 ‘모델3’ 생산 차질과 유동성 위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조사 업체 번스타인은 테슬라가 모델3의 모든 공정을 자동화했지만 오히려 기계 조립이 너무 복잡해져 생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모델3의 생산 목표를 오는 6월 기준 주당 5,000대로 잡고 있지만 지난 1·4분기 총 생산량은 6,500~7,000대에 그쳤다. 과도한 투자에 부채는 지난해 말 230억달러(약 24조3,000억원)로 불었으며 생산 차질은 주가 하락과 채권 저평가로 이어져 자금조달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속도가 붙은 가짜뉴스 단속과 개인정보 보호 대책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의 대처가 미온적이었음을 드러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EU)은 △인터넷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대 △정치적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 제한 △웹사이트 후원자 공개 등 SNS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빅데이터가 상업·정치적 영역에서 남용되고 있으며 가짜뉴스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도 SNS 기업들이 기업 기밀을 이유로 알고리즘 공개를 꺼리자 아예 정부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IT주 하락은 투자자들이 지난해까지 단순한 ‘우려’ 수준으로 치부하던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문제를 이제는 ‘실제적 위협’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아직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문제에 더해 각종 의문들이 쌓여가고 있는 모습이어서 당분간 기술주를 둘러싼 긴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달 말부터 IT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제재에서 다시 성장 가능성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많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구성 분야 중 기술주의 1·4분기 실적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2%로 전체 평균(17%)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