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주거복합시설 국제설계공모의 당선작을 선정해 지난달 발표하기로 했다가 사실상 비공개로 처리했다. 서울시는 정비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당선작을 바탕으로 정비계획을 확정한 후 당선작을 공개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50층 재건축 허용이 결정된 후 잠실주공 5단지는 물론 주변 재건축 단지들의 시세도 올랐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강남 집값에 영향을 줄까 쉬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편에선 서울시가 선정한 당선작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관측도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완료된 잠실주공5단지 주거복합시설 국제설계공모 심사 결과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의 공공건축물 설계 공모 전용 홈페이지에 당선작과 1등, 2등 작품을 설계한 팀의 번호만 공개됐다.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물론 디자인과 기본적인 구성도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설계 공모의 경우 당선작이 결정되면 실제 건물 공사에 착수하기 위한 실시 설계에 착수하게 되지만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는 아직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 건축위원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당선작 내용을 바탕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해 건축위원회 심의까지 거쳐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당선작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당초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에 대한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공공건축 전문가는 “설계공모 당선작 선정 후 발표가 이렇게 지연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애초에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조건들이 설계자 및 심사위원들에게 제시됐고 이를 바탕으로 당선작이 선정됐다면 이후 정비계획 수립 과정은 서울시와 해당 재건축조합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당선작 발표가 지연될수록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의 매매 시세는 전용면적 76㎡의 경우 정부의 ‘8·2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최고 17억원까지 올랐다가 8월에 14억원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50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9월 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 발표 이후인 9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최고 19억원까지 거래됐다. 이후 정부가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예상 부담금 공개 등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3월 들어 17억 6,8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는 등 시세 상승세가 주춤해진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