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시대가 정말 끝났나요. 저는 전에 상승장에서 수익의 맛을 본 터라 포기가 더 어렵습니다. 4억원 대로 가능 한 매물 꼭 좀 찾아봐주세요.”
5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실거주 하는 아파트가 있지만 주말이면 서울 주요 역세권인근의 중개업소를 다니며 갭투자용 매물을 샅샅이 찾고 있다. A씨는 3년 전 갭투자 붐이 한창 불었을 때 구로구의 한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본인 투자금 2,000만원을 들여 사들인 뒤 약 10개월 만에 1억원 차익을 보고 팔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역전세난에 대비해야 할 정도로 전세가율이 떨어지자 주택시장 환경은 달라졌고 갭투자를 할 만한 매물을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3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처럼 갭투자 시대의 막차에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으로 2~3년전까지만 해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 현금만 있어도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전세값은 하락해 최소 3억~4억원이 있어야 가능해진 상황이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력적인 물건은 6억5,000만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자본금이 어중간한 손님은 오히려 3년 정도 기다렸다가 정권이 바뀐 뒤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솔직하게 말해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잡기 위한 갭투자자들의 ‘몸부림’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울 대비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세종시 등 수도권이나 리모델링이 예정돼 있어 시세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곳 등에 대한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0.7%로 전년 같은 기간(68.36%) 대비 7.6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6년 3월 단기 고점인 71.46%을 찍은 후 지속적인 하향세다. 부동산114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속도 조절로 이주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전세 수요 유발 유인이 사라졌고 서울 신규 입주량도 많은 것이 요인”이라고 밝혔다.
현장은 그래프보다 더 심각할 정도로 전세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전용 84㎡는 최근 매매가가 18억 후반~19억인 반면 전세는 8억원 수준으로 전세가가 40%선까지 내려앉았다. 입주시기 인만큼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루기 위해 세입자를 구하고자 전세가를 낮췄다지만 강남, 잠실 등은 매매가가 워낙 올라 전세가율 40~50%가 수두룩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실상에서도 갭투자자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갭투자로 한 몫 챙긴 자금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을 불사하고 도전 의지를 불태운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센터 수석위원은 “ ‘갭투자는 끝났다’란 얘기들이 나오지만 작년 말 끝물에 들어간 투자자들의 경우 지금 미소를 짓고 있다”면서 “이런 주변 상황들을 보고 너도 나도 따라서 갭투자 매물을 찾는 것인데 지금은 또 환경이 바뀐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