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원숭이 사진과 인공지능(AI) 발명

성윤모 특허청장

성윤모 특허청장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루토’라는 원숭이가 인기스타라고 한다. 왜일까. 지난해 말 설치한 인도네시아 지적재산권(IP) 데스크 관계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나루토가 지식재산권 로열티를 챙기고 미국에서는 지난 연말 올해의 인물로까지 선정됐다는 것이다.


사연은 나루토가 한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빼앗아 촬영한 셀카 사진이 인기를 끌며 시작됐다. 원숭이의 셀카 사진 덕으로 사진작가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동물보호단체가 나루토를 대신해 미국 법원에 셀카 사진에 대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사진작가가 향후 수익의 25%를 원숭이 보호기금으로 내는 조건으로 최종 합의했다. 저작권법의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규정한다. 해당 합의는 원숭이를 저작자로 인정하고 나루토의 셀카 사진도 저작물로 인정한 셈이다.

인간의 창작물에만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발명품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가 그림이나 소설뿐 아니라 발명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유럽에서는 AI 로봇에게 ‘전자화된 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AI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지않아 AI와 인간의 특허소송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특허제도는 기술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발명의 개념을 변화시켜 왔다. 특허 대상만 살펴봐도 증기기관·전기·컴퓨터 등을 거쳐 소프트웨어·생명공학·반도체회로설계와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는 발명가도 AI같이 사람이 아닌 대상으로까지 넓혀갈지 모른다. 다양한 형태의 기술 간 융복합이 더욱 가속화돼 기존의 지식재산 제도로 보호할 수 없는 새로운 창작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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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3D 프린팅 기술의 상용화는 타인이 발명한 물건을 쉽게 모방할 수 있는 환경마저 조성할 것이다. 지식재산 제도를 정비해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나 침해유형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발명의 개념 변화와 더불어 특허제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특허제도는 원칙적으로 좋은 발명에 독점권을 주되 발명정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 산업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발명자 본인만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발전도 지향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의 융복합화로 기술혁신이 보다 가속화되고 경제적 성과도 급속히 커질 것이다. 지식재산 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혁신을 촉진함은 물론 산업·경제 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성과를 나누는 과제도 안고 있다. 나루토의 사진 수익이 독점되지 않고 그 일부가 더 많은 원숭이를 위해 사용된 사례는 기술혁신의 성과를 공유해 상생·발전하는 따뜻한 지식재산 제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혁신을 통해 이뤄낸 풍성한 성과. 이제는 성과를 어떻게 함께 나누며 발전해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찾는 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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