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 보복에 '원스트라이크아웃제' 신설

더불어민주당-정부,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 발표

최저임금 인상 고충 겪는 중기 납품단가 부담 경감 차원

공공조달시장 임금상승분 조정치 계약금액을 사전 반영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성장지원정책관이 당정협의로 확정된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성장지원정책관이 당정협의로 확정된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 인상과 원자재값 상승에도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는다며 생산 중단까지 선언한 가운데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여당과 정부가 팔을 걷어 붙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5일 오전 당정협의를 갖고 공공조달 및 민간하도급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도급거래에만 적용되는 ‘납품단가조정협의제도’를 수위탁 기업간 거래까지 확대하기 위해 관련 법령(상생협력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에 대한 보복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이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통해 입찰참여자격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민간하도급시장에서 제재 수단을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우선 주요 경제단체나 수탁기업협의회 등의 협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 필요성을 알려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고 표준 하도급계약서에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내용’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업계 자율적인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적용범위 확대와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 보복금지 조항 신설 등을 통해 제재 강화한다. 기존에 하도급 관계에만 적용되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수·위탁 기업간 공급원가 변동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을 개정한다.

법 위반 사실을 관계기관에 신고한 하청기업에 보복 행위를 하는 대기업에 적용되던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을 이유로 보복행위를 하는 경우로 확대한다. 보복행위는 단 1회만 시정조치를 받아도 벌점 5.1점 부과로 공공부문 입찰 자격이 제한되며, 3년 누적 벌점이 5점을 초과하면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납품단가 조정실적을 공정거래 협약 이행평가 요소로 추가해 현장에서 납품단가 조정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공공조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시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평가 결과를 가점 항목에서 배점항목으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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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시장에서는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 조사’를 현행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 실시한다. 임금실태조사 결과가 공공조달 인건비에 반영되는 시기도 현행 임금조사 4개월 후 반영에서 즉시 반영으로 개선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임금상승분 조정치를 계약금액에 사전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단순 노무 용역과 같은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이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 12월말 임금조사 발표시 단순노무 직종에 대한 다음연도 임금 조정치를 발표해 공공기관이 이를 근거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다수공급자계약(MAS) 납품단가의 조정 근거도 마련했다.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해당 제품의 원가가 3% 이상 변동되는 경우 계약금액의 조정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오는 6월 기획재정부가 MAS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 규정(계약예규) 개정을 추진하고, 예규 개정 전에도 물품 원가가 3% 이상 변동하면 업체 신청을 받아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조달청은 주물업계의 주철맨홀뚜껑 계약금액 조정 신청을 받아 검토 중에 있으며 인건비 및 고철 등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감안해 납품단가를 조정하기로 했다.

한편 민간 시장에서 이날 발표된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질문에 정부 측은 우선 민간기업간 자율적 상생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병권 중기부 성장지원정책관은 “현 정부 들어서는 과거의 납품단가 문제 등에 대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상생 협력에 나서고 있어 과거보다 여건이 좋아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당정협의에서도 민간 시장에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상생 분위기를 만들고 대기업이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는 산업 현장에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저임금 계층에 임금 인상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익표 수석부위원장, 이원욱 제4정조위원장, 산자중기위 위원 등이 참석했고, 정부 측에서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박춘섭 조달청장 등이 함께 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당정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 발표’에 대해 공공조달시장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민간하도급 시장으로 확산키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표준하도급계약서 개선 및 활용 권고,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적용범위 확대,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 보복금지 조항 신설 등은 중소기업계가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내용이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 활용의 활성화를 위해 5월 중소기업 주간(5.14~5.18)에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대상으로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법제도적 접근만으로는 근본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부문의 납품단가 현실화가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대기업이 공정원가를 납품단가에 자발적으로 반영하는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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