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설리번 미 국무장관 대행은 4일(현지시간)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와 면담을 갖고 양국 간 통상 갈등을 해결해나갈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설리번 장관 대행이 추이 대사를 만나 양국 간 경제관계에서 공정성과 균형을 복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 상황은 관세와 그에 대한 반응, 최종 결정과 협상 등을 아우르는 전체 과정의 초기 단계”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미 물밑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폭스뉴스 등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둑질’을 강하게 비난하며 중국의 첨단 제품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정당화해온 백악관도 이날 업계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이 다음달까지 예정된 것을 거론하며 양국 간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지금은 검토 기간으로 관세가 발효해 실제 시행되는 데는 두어 달 걸릴 것”이라며 “최상의 협상가들이 있어 매우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 이 같은 메시지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미로 중국을 겨냥한 일련의 조치들이 통상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용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도 전날 주광양오 재정부 부부장이 나서 미국과의 통상전쟁에 대해 “모든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온 만큼 이제는 협상과 협력의 시간이 됐다”면서 협상 의사를 적극 타진한 바 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최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미 국채 보유분을 줄이는 것이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중국은 책임 있는 투자자”임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환율전쟁까지 촉발할 수 있는 미 국채매각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협상 초반 기선 제압을 겨냥해 양국 간 압박성 발언들은 불을 뿜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중국이 수십년간 자행해온 불공정 무역관행을 중단하는 쪽으로 변화하길 바란다”며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나서 지난 2일 중국이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돼지고기와 과일·와인 등에 관세를 매긴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추이 대사도 이날 설리번 장관 대행과의 회동 후 “미국은 조속히 일방주의와 무역 보호주의 행위를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중 관영매체들은 5일 대미 무역 보복조치를 일제히 옹호하면서 “중국은 이성적이고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미국이 환상을 버리도록 행동을 통해 경고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3일 USTR는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1,300여개 품목을 발표했으며 중국도 이에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항공기 등 106개 품목에 대해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