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오늘 용돈은 내가 책임진다! -어린이 기업가’
한 초등학생이 귀여운 홍보 문구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거리를 누볐다. 초콜릿 젤리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든 다른 어린이가 옆을 따랐다. 솜사탕이나 초콜릿잼 샌드위치 등 다른 메뉴를 홍보하는 아이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녔다. 다른 한편에 마련된 판매대에는 어린이 기업가와 아이들 손에 이끌려 간식을 사러 온 어른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학부모들로 활기가 넘쳤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직접 사람들을 모아 장사를 하고 있으니 신기하다”며 “공부도 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강원도 속초 노학동 응골딸기마을 축제 현장에서 어린이들이 대거 창업(?)에 나섰다. 서울경제신문이 진행한 ‘서울경제와 함께하는 Fun뻔 경제·금융교실’에서 초중등학생들이 팀을 이뤄 기업활동 체험에 나선 것이다.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등에서 진행했던 지난 수업과 달리 이날은 경제·금융교실 수업을 듣기 위해 각지에서 개별 단위로 신청한 학생 30여명이 모였다.
아이들은 6~7명씩 짝을 지어 팀을 이루고 팀 이름을 정했다. 이어 경제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을 통해 경제교실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 ‘아이’를 벌었다. 자본금으로 재료를 사고 솜사탕과 딸기 스무디, 초콜릿잼 샌드위치, 초콜릿 젤리 등 판매할 아이템을 정했다. 각자의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와 자금을 관리하는 재무이사(CFO)도 뽑았다.
직접 판매에 나서기 전에는 기업을 경영하는 기초상식을 배웠다. 재료를 사서 상품을 만들고 투자한 금액과 이윤을 감안해 물건 가격을 정하는 방법 등이다. 물건을 팔고 영수증을 써주는 방법도 알게 됐다. 김소형 강사는 “솜사탕의 권장가격은 1,000원이지만 손님을 많이 모으기 위해 800원에 팔 수도 있고 능력이 된다면 1,500원을 받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장사의 기초’를 배운 어린이들은 각자 정한 아이템의 가격을 정하고 메뉴판과 홍보물을 만들었다. 홍보물에는 ‘초특가 할인’ ‘드시러 오세요’ 등의 문구를 적고 눈길을 끌 수 있는 재미난 그림도 그려넣었다. 교실 앞에 미리 준비한 팀별 매대에 판매를 맡은 아이들이 배치되고 홍보를 맡은 아이들은 축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손님 끌기에 나섰다.
교실 주변은 딸기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어린이 기업가의 손에 끌려 온 한 손님은 ‘투자은행’에서 원화를 ‘아이’로 바꾸고 샌드위치를 구입했다. 아이들이 장사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학부모도 직접 물건을 사주면서 응원했다. 아이들은 판매량이 늘어날 때마다 분주하게 영수증과 결산서를 적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온 위현서(12)양은 “직업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어 좋았다”며 “미래에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이런 것을 직접 해야 할 텐데 미리 체험해봐 나중에 진로를 선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교 3학년인 서혜령(10)양은 “직접 기업을 운영하고 장사를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감을 전하는 도중에도 밀려드는 주문을 기록하기 위해 분주했다.
서울경제 경제·금융교실은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학습동기를 이끌어내 계층이동의 작은 사다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7월까지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초중고교를 찾아 경제·금융교실과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속초=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