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지난 달 국내 대학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애널리스트 리서치 챌린지’를 개최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대회에는 100여명의 대학생들이 서류심사에 참가했다. 이 중 51명의 학생들이 현재 실제 애널리스트 리포트 작성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리포트는 이 달 말까지 작성 후 평가를 거쳐 5월 초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이후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을 선정해 2개월 간 하계 인터십 기회를 제공한다.
금융위기 이후 다소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시장 분석 ‘전문가’인 애널리스트 직군은 여전히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의 워너비다. 하지만 입사의 문은 좁다. 최근 증권사 간 합병 등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채용 규모도 줄어든 데다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공채보다는 경력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포기하긴 이르다. 증권사들이 몸집을 부풀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리서치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채용 현황과 지원자격 등을 파악하고 개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들어본다.
5일 국내 주요 증권사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회사당 3~10여 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최근 증권사 규모가 커지면서 대부분 증권사는 다른 계열사와 통합으로 공채를 진행한다. 리서치 인력은 이 중 하나의 지원분야로 국내 주요 증권사는 대개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RA(리서치 어시스턴트) 과정을 거칠 인력을 충원한다. 지난 해 초대형 투자은행(IB)로 몸집을 키운 한국투자증권은 신입사원 공채에서 10여명 내외의 리서치 인력을 신규 채용했다. 신한금융투자 9명, NH투자증권 9명, 키움증권이 9명을 뽑았다. 대우증권과 합병한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3명을 채용했으며 삼성증권은 매년 10여 명의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증권가 간 합병, 소멸 등으로 채용이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채용이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금융시장 정보를 수집, 분석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기관·일반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 분석뿐 아니라 국내 경제, 해외경제,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널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신입사원들이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1~3년 정도 RA 단계를 거치도록 한다. RA는 주니어·시니어 애널리스트와 함께 기업 탐방을 가거나 고객에게 제공되는 리포트 작성에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 비정규직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최근 신입사원 공채로 채용된 인력은 대개 정규직이다.
신입사원 공채 채용은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특채, 경력 이동이 빈번해 직업의 지속성도 높은 편이다. 증권사뿐 아니라 대형 자산운용사 역시 리서치 인력을 확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현지에 리서치센터를 설립하고 인력을 파견하는 운용사도 늘었다.
이처럼 분야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인재가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 최근 많은 증권사는 ‘중국어’ 능력 우수자를 우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중국펀드 등 중국 관련 상품이 대거 시장에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운용역이나 증권사에서 판매를 권하는 프라이빗뱅커(PB) 등에게 시장 흐름을 제공하기 위해 관련 시장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경영학, 금융 관련 자격증을 우대하는 증권사도 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한 증권사 인사 관련 담당자는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업무를 수행하고 이해하는 속도가 빠른 게 사실이지만 채용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공 역시 과거에는 금융, 경영학 전공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공대 등 특정 분야 전공자 채용도 늘고 있다. 최근 3년 여 간 바이오업계가 성장하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현직 바이오 업계 종사자를 리서치 인력으로 충원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애널리스트 인사 평가 과정에 참여하는 리서치센터의 센터장들은 공통적으로 면접 시 해당 직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증권사가 리서치센터만 별도로 채용하는 게 아닌 통합 공채를 진행하기 때문에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경우 지원자의 직무에 대한 자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통상적으로 구직자들은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어, 중국어 등 표면적으로 보이는 점수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채용하는 쪽에서는 애널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판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구 센터장은 “자격증이 있거나 전공을 했을 때 쌓는 기초적인 지식은 입사 후에도 빠른 시일 내에 습득할 수 있다”며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자신이 맡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융합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장기적으로 오랜 시간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이경운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