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TCC동양, 美 철강공장 투자사와 '눈물의 결별'

경영난에 배당금 주기도 어려워

파트너업체에 투자금 회수 요청

철강업계 "남의 일 아니다" 착잡




TCC동양이 미국 현지 공장에 투자했던 업체에 스스로 투자금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재로 사용하던 한국산 철강재에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배당금을 주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난에 몰리자 눈물을 머금고 결별을 택한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TCC동양은 최근 미국 현지법인(OCC)에 투자했던 일본 업체에 이례적으로 투자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투자금의 절반인 150만달러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매년 4%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2년 사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배당금을 주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TCC동양이 투자금 회수를 요청한 것은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서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설립된 OCC는 포스코로부터 냉연강판을 들여와 가공해 석도강판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2016년 포스코산 냉연강판에 64.7%의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자재 부담이 폭증했다. 현지에서 급하게 대체 업체를 찾아 나섰으나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뉴코어나 아르셀로미탈 등 현지 대형 철강업체가 냉연강판과 함께 석도강판을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 입장에서는 석도강판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OCC를 굳이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관련기사



대체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OCC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다. 관세 부과 이전 80% 수준을 유지했던 공장 가동률은 40%로 반토막 났다. 당기손익을 보면 2016년 적자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당분간 OCC의 수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CC는 태국과 대만에서 냉연강판을 급하게 들여오고 있던 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가 부과되는 탓에 태국·대만산 냉연강판에도 고율의 관세가 붙는다. OCC는 현지 공연에 기여하는 부분을 언급하며 이번 조치에서 태국산과 대만산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어떤 답변이 돌아올지는 불확실하다.

OCC의 수난을 보는 철강업계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TCC동양 말고도 미국 시장을 겨냥해 현지에 공장을 세웠던 업체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미 현지 합작법인 UPI 역시 거듭된 제재 때문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가 2016년 한국산 열연강판에 61%에 달하는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포스코 열연강판을 들여와 가공재를 판매하던 UPI가 피해를 받은 것이다. 미국 현지업체에서 열연강판을 조달했지만 전보다 20~30% 웃돈을 줘야 했다. 이 때문에 원가부담이 대폭 상승해 지난해만 12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현지 고용을 지렛대 삼아 한국산 철강재에 매긴 보복관세를 낮춰달라고 요청 중”이라며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