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귀환, 미컬슨의 부활, 매킬로이의 그랜드슬램 도전, 세계랭킹 1위 싸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화젯거리를 뿌리며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후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한 82번째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패트릭 리드(28·미국)였다.
리드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그는 리키 파울러(미국·14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3년 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통산 6번째 우승을 생애 첫 메이저대회, 그것도 ‘명인열전’인 마스터스 챔피언 타이틀로 장식하는 감격을 누렸다.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쟁쟁한 선수들의 추격을 받았지만 후반부를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우승상금은 198만달러(약 21억1,000만원).
리드는 조던 스피스(25), 저스틴 토머스(25), 리키 파울러(30) 등과 함께 미국 남자골프 허리를 책임지는 선수다. 학창시절 두 차례나 오거스타주립대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끈 유망주였으며 PGA 투어에 데뷔한 2013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아내의 내조가 화제가 됐다. 3살 연상의 아내 저스틴은 당시 캐디로 호흡을 맞췄다. 2014년 1월 이후로는 처남인 케슬러 카레인이 캐디를 맡고 있지만 아내는 여전히 전략을 세우는 등 대회 사전 준비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리드는 올해 첫 메이저를 제패하며 새로운 메이저 강자로 떠올랐다.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 미국-유럽 대항전 라이더컵에서 역대 6승2무1패를 기록하며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을 얻었다.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2014년 캐딜락 챔피언십)와 PGA 투어 플레이오프 대회(2016년 바클레이스) 우승 경험도 있다. 마스터스에는 2014년부터 5차례 출전, 2번 컷오프를 당했고 최고 성적은 2015년 공동 22위였으나 올해는 1~3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눈부신 경기를 펼쳤다.
최근 3년 동안 PGA 투어에서 버디 획득 수 7위-14위-7위를 기록한 리드는 공격적인 플레이만큼이나 도발적인 발언으로 잊을 만하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13년과 2014년 3승을 거둔 뒤 “나는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다”라고 했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2014년 한 대회 중에는 실수가 나오자 성소수자 비하 욕설을 해 문제가 됐고 3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는 경기위원에게 무벌타 구제를 문의했다 거절당하고는 “(유명 선수인) 조던 스피스였다면 구제를 받았을 것”이라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이날 리드는 마지막까지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다. 챔피언 조 맞대결 상대였던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는 버디 2, 보기 5개로 3타를 잃고 3타 차 2위에서 6타 차 공동 5위(9언더파)로 내려앉았다. 압박감 때문인지 2번홀(파5) 짧은 이글 기회를 놓친 후 샷이 흔들리면서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이 내년으로 다시 미뤄졌다. 리드는 8타나 줄인 2015년 우승자 스피스의 예상 못한 위협을 받았다. 스피스는 9개의 버디를 몰아치며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올랐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나무를 맞아 150m 정도밖에 나가지 않은 탓에 보기를 범해 2타 차 3위(13언더파)로 마감했다. 마지막 추격자는 파울러였다. 파울러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리드를 압박했다. 그러나 리드가 15번부터 18번홀까지 파를 지키면서 끝내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3년 만에 마스터스에 복귀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는 1오버파로 공동 32위,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1언더파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