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다” “어이가 없다.” 삼성증권(016360) 배당사고와 관련한 금융 업계의 반응이다. 이번 사태는 그간 ‘관리의 명가’로 알려진 삼성의 명성에 생채기를 내는 정도가 아닌 신뢰 자체를 훼손시켰다. 금융당국의 특별점검과 현장점검 등 원인규명을 위한 작업이 마무리돼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의 미스터리를 하나씩 짚어본다.
①증권사 업무 직원 맞나=이번 사태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한 데서 출발한다고 삼성증권은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 프로세스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삼성증권 직원은 앞서 지난 5일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2,018명)에게 현금배당(28억1,000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산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28억1,000만주)을 입고했다. 하루 동안 이 실수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승인돼 6일 오전9시30분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입고됐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해당 직원이 현금과 주식배당 업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발견됐다. 삼성증권 전산 시스템에는 7가지 메뉴가 있는데 삼성증권 직원은 현금배당 업무인 일괄대체입금이 아닌 1번 메뉴인 우리사주를 선택했다. 증권사 업무 담당 직원이라면 일괄대체입금이 우리사주 조합원 대표로 받은 배당금이 전체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분산 입금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②발행주식 초과해도 경고 안 해=원승연(사진)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9일 브리핑에서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 우리사주 시스템은 잘못 입력한 주식이 입고될 수 있는 시스템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발행회사로서의 배당 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 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 시스템상 오류 발생 개연성이 있었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배당과 주식배당 업무를 한 프로세스에 담아놓은 것도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 업무의 편의성만을 강조해 전산을 외형상 단순화하다 보니 두 업무를 중복 업무로 취급해 한군데로 모아놓아 실수를 유발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실수를 내부적으로 거르거나 통제할 만한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또 발행주식 수(8,900만주)보다 31배나 많은 28억1,000만주가 입고돼도 경고는커녕 매매로 이어졌다. 한 번의 실수인지 의심을 살 만하다.
③“진짜 팔리나 보려고 했다”=시스템 오류 이후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16명)은 사고 발생 당일 오전9시35분~10시5분에 주식 중 501만주를 매도했다.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12%가량 급락했다. 삼성증권은 오전9시39분 직원에게 사고 사실을 전파한 후 9시45분에 착오주식 매도 금지를 공지하고 10시8분에는 시스템상 전체 임직원 계좌에 대해 주문정지 조치를 내렸다. 사고 사실을 공지했음에도 직원들은 29분 동안 주식을 팔았다. 이해가 도저히 되지 않는 부분은 장 마감 후 매도 계좌가 확인돼 문책을 받을 뿐만 아니라 3일 후 결제됨에 따라 현금화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을 직원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대기발령을 받은 매매 직원 중 A씨는 삼성증권 자체 조사에서 “매도가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④아무도 모를 수 있었다=6일 삼성증권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면 배당사고는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대량 매도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장중 사고 소식이 알려졌고 피해가 발생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번졌다. 만약 내부 직원의 매매가 소규모로 여러 차례 반복되며 주가 관리를 했다면 배당사고는 예탁결제원이 장 마감 후에나 거래 내역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덮일 수도 있었다. 투자자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특별점검과 현장검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