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예상을 깨고 또다시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이어질 기업 실적 발표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초보다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된 SK하이닉스(000660)·POSCO(005490)·OCI(010060) 등은 꾸준히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대비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통틀어 총 45곳(영업이익 적자 제외·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제시한 곳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코스피 상장사는 35곳, 코스닥은 10곳이다.
코스피 상장사 중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전망치 상향폭이 가장 높은 종목은 미래에셋대우(006800)다. 연초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1·4분기 영업이익이 1,706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2,501억원까지 46.6%나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74.3%나 증가한 수치다. 하나금융지주(086790)·KB금융(105560)·BNK금융지주(138930) 등 증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역시 대거 영업이익이 상향 조정됐다. 연초 이후 증시 상승에 따라 거래량이 급증해 증권사 수수료 이익도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유·화학주들도 연초보다 전망이 밝아졌다. 금호석유(011780)는 1·4분기 영업이익이 연초 714억원에서 1,025억원으로 43.6% 올랐다. OCI는 1·4분기에 당초 예상보다 15% 높은 1,0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유화(006650)와 롯데케미칼(011170)·한솔케미칼(014680)도 목록에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와 POSCO만 실적 전망이 업그레이드됐다. SK하이닉스는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4조2,677억원에서 4조3,791억원으로 2.6%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4·4분기 4조4,658억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익을 기록한 데 비하면 다소 실망스럽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로는 77.5%나 성장한 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처럼 어닝서프라이즈를 안겨주기보다는 대체로 추정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6%, 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POSCO도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2,910억원에서 1조3,430억원까지 높아졌다. 다만 이는 전년보다 1.6% 줄어든 규모다.
이들 종목은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꾸준히 순매수한 종목으로도 꼽힌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연초 이후 지난 6일까지 SK하이닉스 주식 1조3,146억원, POSCO 4,113억원, OCI 3,919억원어치를 사들인 바 있다.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된 제약·바이오주는 대원제약(003220)·메디톡스(086900) 등 단 두 곳뿐이었다. 메디톡스는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5.8% 성장한 267억원, 대원제약은 50.6% 늘어난 2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0조5,000억원, 2·4분기는 51조8,000억원, 3·4분기는 55조4,000억원가량으로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4분기, 3·4분기의 실적 추정치는 상향 조정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4분기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시점에서 2·4분기, 3·4분기의 실적이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기대감으로 실적 발표 분위기가 예상보다 좋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선승범 유화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지만 실적에 집중해볼 타이밍”이라며 “고점이 부담스러운 제약·바이오를 제외하고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된 에너지·금융 섹터 등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