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환경보고서 국가핵심기술 확인부터"

산업기술보호委 핵심기술 판단땐

삼성 영업비밀 유출 주장 힘 실려

고용부선 "기밀 정보 없다" 반박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국가핵심기술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세부 공정 관련 내용이 적힌 측정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가 해당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담겼다고 판단할 경우 보고서 공개로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삼성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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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에 따르면 기업이나 기관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산업부에 판단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건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내 반도체전문위원회가 판단을 내리게 된다. 전문위원회는 정부 측 위원 1명과 민간 위원 13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회신 기한은 접수일로부터 15일 이내지만 ‘기술 심사 기간’은 15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만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전문위원회의 판단은 삼성전자 요청에 따른 것일 뿐 산업부는 고용부의 정보공개 결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 반도체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외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후(後)공정 라인인 온양 반도체 공장에 대한 측정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지난 2월 대전고등법원 판단을 끌어들여 핵심 생산라인의 측정보고서까지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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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모든 국내 반도체 사업장의 측정보고서가 공개될 상황에 처한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부랴부랴 수원지방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수원지법은 오는 13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기일을 연다. 삼성전자가 산업부에 국가핵심기술 판단을 요청한 것도 행정소송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산업부가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판단할 경우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 공정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 외부 공개되는 것을 막아보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위원회가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건설 투자 승인을 5개월이나 끌면서 문제 삼았던 부분이 바로 기술 유출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심사 때의 엄격함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측정보고서에 대한 판단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산업부가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반도체 기술 확보에 뛰어든 마당에 우리 정부가 삼성의 반도체 기술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단 브리핑을 자청해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노출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원이 (측정보고서에)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고 판단했고 전문가단체인 한국산업보건학회도 대전고법의 사실조회에서 경영상·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회신했다”고 주장했다.
/한재영기자 세종=진동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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