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잇달아 만났다. 인도와 베트남을 글로벌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100년 효성’ 도약을 위한 글로별 경영에 본격 나선 것이다.
효성그룹의 글로벌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효성은 ‘100년 효성’ 도약을 위해 베트남,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유럽 및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핵심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인도는 지속적인 공장 신·증설을 통해 인도 내수 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인도와 베트남 총리를 만나는 등 광폭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월 18일 저녁(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2019년까지 마하라슈트라주(州)에 스판덱스 공장을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효성이 인도에 건립하는 첫 번째 스판덱스 공장으로, 향후 인도 내수 시장 공략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효성은 지난 2007년에 뉴델리에 진출한 이래, 2012년부터 뉴델리에 무역법인을 운영해왔다. 지난 2016년부터는 푸네 지역에 초고압 차단기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으며, 연간 3억 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인도는 세계 최대 섬유 시장 중 하나로 소비 시장 규모도 괄목할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효성이 신설 공장을 세우게 된 만큼, 앞으로도 효성과 인도 경제가 동반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한국은 인도의 고도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효성의 투자로 인도의 미래 경쟁력과 산업 기반이 확고히 다져질 것으로 기대하며, 지속적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스판덱스 공장 신설을 위해 우선 1차로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도 마하라 슈트라주(州)의 산업도시인 아우랑가바드시(市) 인근 아우릭 공단에 약 12만 평 규모 부지를 마련해 2019년까지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시장 수요와 성장 전망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인도는 인구 13억 명이 넘는 세계 2위 내수 시장인 동시에 뛰어난 IT 기술과 높은 수준의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매년 7% 이상 성장하는 신흥 경제국으로, 2030년에는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 시장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인도 스판덱스 시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6% 이상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연평균 12% 이상 성장해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효성이 공장을 건립하는 마하라슈트라주는 인도 섬유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으로 손꼽힌다.
효성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현재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히잡 등의 무슬림웨어·란제리·스포츠웨어·데님·기저귀용 스판덱스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은 신규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는 2020년에는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시장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시장점유율을 70%까지 늘리는 등 고수익을 창출하는 시장 지배자적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효성은 인도 스판덱스 시장이 그동안 인도 기업들의 생산으로만 이뤄져 온 독과점 생산 시장이었다는 점에서 사업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검증된 차별화된 기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인도 고객의 니즈에 맞춘 마케팅을 펼쳐 나간다면 빠른 시일 내에 기대한 수익 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 역시 효성 공장 신설로 제직·편직·염가공·봉제 등 유관 사업이 발전하면서 인근 지역의 우수 인재 채용 등 고용 확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효성은 베트남에서 섬유·산업 자재 외에 화학·중공업 부문의 베트남 투자를 늘려 현지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2월 8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 회장이 푹 총리를 만난 건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 성에 총 13억 달러를 투자해 폴리프로필렌 공장과 이를 위한 탈수소화(DH) 공정 시설, LPG 가스 저장탱크 건립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효성은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최대 투자 회사”라며 “효성 베트남은 글로벌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세계 1위의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뿐만 아니라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성은 2007년 호치민시 인근 연짝 공단에 베트남법인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약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연짝 공단 내 한국 기업으론 최대 투자다. 축구장 90개 이상 크기인 약 120만㎡ 규모 부지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전동기 등 핵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일관생산 체제를 갖추고 전 세계 70여 개국으로 수출을 하는 효성의 글로벌시장 공략 첨병이다. 현지인 채용 규모도 7,000명이 넘는다. 2008년부터 10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왔으며, 2014년부터는 매출 1조 원,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조 회장은 폴리프로필렌·전동기 등 화학과 중공업 부문 투자 확대와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13억 달러를 투자해 폴리프로필렌 공장과 탈수소화 공정(DH) 시설, LPG 가스 저장 탱크 건립 투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부 꽝남성에도 추가 생산법인을 설립한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효성 베트남은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모든 사업부문의 제품을 생산하는 복합 생산 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효성 관계자는 “베트남 투자 확대로 국내 생산기지의 수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회장은 푹 총리와 베트남 인프라 사업 수주 건도 논의했다. 조 회장은 효성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해 전력, 도로, 항만, 도시개발 등 베트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이전으로 빠른 시일 내에 베트남이 초고압 변압기 부문 수입국에서 수출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푹 총리도 “효성이 베트남 국영 변압기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가 돼 달라”고 화답했다. 조 회장과 푹 총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자결제, 핀테크 등 IT사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베트남의 제조 혁신에 스마트팩토리, 신재생에너지 등 효성의 기술력을 얹는 방식이다. 효성 관계자는 “핵심 거점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조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