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폐비닐 규제 반년만에 "다시 풀겠다"는 정부

폐기물 소각처리 비용 대폭 인하

행정처분경감 등 뒷북 규제완화

미세먼지도 쓰레기도 해결 못해

文대통령 "국민께 불편 끼쳐 송구"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정부가 고형연료(SRF) 규제 완화를 통해 폐비닐을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길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 9월부터 미세먼지 발생을 줄인다며 SRF 규제를 강화해 폐비닐 사용을 제한한 지 반년만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오락가락 대책에 미세먼지도, 쓰레기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커다란 사회적 혼란만 치른 셈이다.

환경부는 10일 이 같은 ‘폐비닐 등 수거 정상화 총력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수거 중단이 시작된 가운데 열흘째인 이날까지 수도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가 주택가에 널려있다. 서울시는 3,123개 단지 중 348곳에서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김포와 용인, 화성, 군포, 오산 등 5개 지역이, 인천은 8개 자치구가 수거 중단 중이다. 부산과 대전, 울산, 충남, 전남에서도 일부 수거 거부(예정)가 발생한 것으로 환경부는 파악했다.




정부는 우선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계약조정을 독려하고 협의가 지연될 경우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거나 민간업체를 따로 불러 쌓인 쓰레기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쓰레기를 일단 모아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별 선별장과 재활용업체 부지, 수도권매립지, 환경공단 창고를 총동원한다.


쌓인 쓰레기는 소각 위주로 해치운다. 재활용 선별업자들이 사업장 폐기물을 소각할 때 톤당 약 20만~25만원이 들어가는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이번 주 중에 고쳐 생활폐기물(톤당 4만~5만원) 수준으로 비용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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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F는 품질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현재 즉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던 것을 ‘경고’ 단계를 추가하기로 했다. 검사주기도 완화한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환경 안전성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미세먼지나 유해물질 배출이 우려된다며 SRF 발전시설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안전기준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후 갈 곳이 사라진 폐비닐이 집집 마다 쌓이자 반년만에 입장을 바꿔 다시 SRF 규제를 푼 것이다.

최근 가격이 급락으로 수거가 중단된 폐지는 제지업체가 나서 긴급 매수한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발생 폐지의 97%는 제지회사들이 쓸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매입해야 하지만 보관문제로 시간을 끌던 것을 환경공단 공간을 빌려주는 식으로 바로 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잘못된 분리배출을 개선하고자 적정분리 배출 홍보와 안내, 현장 모니터링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페트병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해 처음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재질과 구조를 개선하고, 택배 포장재의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재활용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못하면서 큰 혼란이 있었다”며 “국민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활 폐기물과 관련한 생활 문화와 생태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중장기 종합 계획을 범부처적으로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임진혁·김상훈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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