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는 그동안 기존 금융업계에서 시도한 적 없는 다양한 발상의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왔다. 현대카드가 네 가지의 독특한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도 그 중 하나다. 쿠킹, 디자인, 트래블, 뮤직 카테고리에서 고객들과 특별한 소통을 하고 있는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를 살펴봤다.
현대카드가 전개하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의 키워드는 ‘문화’다. 슈퍼콘서트는 국내 공연 마니아들이 매년 기다리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카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신규 가입하는 고객도 상당수다.
공연·행사 만큼 주목받는 것이 바로 ‘라이브러리(도서관)’이다.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가 고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다양한 콘셉트로 마련된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회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현대카드가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러리는 크게 ▲디자인 ▲트래블 ▲뮤직 ▲쿠킹 등 4가지로 나뉜다. 연 평균 2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라이브러리를 찾고 있다. 각 라이브러리에서는 카테고리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기본 콘텐츠는 라이브러리라는 정체성에 맞는 도서다. 현재 4개의 라이브러리에는 총 5만 여권의 책이 비치돼있다. 전문 도서 단행본 뿐 아니라 가이드북, 학술지, 해외 매거진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서 주목해볼 부분은 라이브러리에 비치할 책 4만 여권을 선택하기 위해 검토한 도서가 무려 20만 여권 이라는 점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각 라이브러리 개관을 위한 준비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라이브러리 하나를 구상하는데만 통상 3년 정도 걸리고, 각 카테고리와 연관된 100개 이상의 전세계 명소를 직접 찾아 자료를 모으죠. 예를 들어 쿠킹 클래스의 경우 준비 과정에서 ‘슬로우 푸드’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피에몬트, 뉴욕의 작은 식품 가게까지 방문해 관련 자료를 취합했습니다.
구상이 끝나면 건축, 인테리어, 도서의 세 분야로 나눠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구상대로 오픈한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실행 과정에서 아이디어들이 계속 추가되고 수정되니까요.”
특히 도서의 경우, 방대한 분량 못지않게 도서 퀄리티도 꽤 높은 편이다. 롤링스톤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명 잡지 뿐 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도서 어워즈 수상작 전권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도서관 중 하나라는 것이 현대카드 측의 설명이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오감을 만족하는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음악을 듣거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강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장 최근 문을 연 현대카드의 4번째 도서관 ‘쿠킹 라이브러리’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 압구정에 오픈한 쿠킹 라이브러리는 공간 내 경험의 폭을 오감으로 확장했다. 쿠킹이라는 주제를 통해 미각과 후각, 시각과 청각 등 사람들의 다채로운 감각과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 각 층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일반 건물과 달리, 각각의 층이 수직으로 맞물리고 교차하는 열린 구조로 구성돼 한 공간에서 여러 요소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1층 베이커리와 델리에서는 여러 음식을 직접 맛 볼 수 있으며, 1층과 지하 1층에 위치한 오픈 키친(Open Kitchen)에서는 빵과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2층 서가 중앙에 ‘집속의 집’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인그리디언츠 하우스(Ingredients House)’에서는 총 190여 종에 이르는 향신료와 허브, 소금, 오일 등 음식의 주요 성분 체험이 가능하다. 쿠킹 라이브러리 3층과 4층에는 ‘쿠킹 클래스(Cooking Class)’가 진행되는 두 곳의 키친이 있다. 방문자가 오감으로 요리를 즐기고(1층), 책을 통해 요리를 이성적으로 경험한 뒤(2~3층), 직접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것이다.
두 곳의 키친에서는 방문자들이 라이브러리 내 서적에 나와 있는 레시피에 따라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셀프쿠킹 프로그램’과 다양한 강사가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 달에 네 번 열리는 쿠킹 클래스의 경우,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강비용은 10만~15만 원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유명 셰프의 레시피로 직접 요리를 해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으로 수강생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쿠킹 라이브러리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도서관은 ‘트래블 라이브러리’다. 현대카드가 만든 두 번째 라이브러리인 이곳은 적극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고객, 혹은 현실적인 문제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고객들에게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공간이라는 것이 현대카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는 관계자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이 곳에는 약 1만5,000여 권의 도서가 아트 앤 아키텍처(Arts·Architecture), 어드벤처(Adventure), 트래블 포토그래피(Travel Photography) 등 13개의 주요 ‘테마’와 전 세계 196개국을 망라한 ‘지역’별로 분류돼있다.
특히 ‘지구의 일기장’이라 불리는 126년 역사의 다큐멘터리 전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여행지리저널 ‘이마고 문디’ 전 권, 전 세계 컨템포러리 뮤지엄의 최신 동향을 섭렵한 ‘뮤지엄북’, 실존 언어의 99%를 커버하는 111개 언어 사전과 주요 도시 90여 곳의 시티 맵 등 다양한 방면의 도서 컬렉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트래블 라이브러리 곳곳에 배치된 소품과 인테리어, 디자인은 방문객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여행자의 감성을 꿈틀거리게 하는 매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5~60년대 공항에 있던 아날로그 사운드의 수동식 비행안내판이나 빈티지 지구본, 북유럽의 와 그너 체어, 영국의 윈저 체어, 아프리카에서 온 동물 모양의 스툴 등 각국의 대표적인 가구들을 통해 또 하나의 작은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을 디자인한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타야마 마사미치’는 “책장을 모티브로 벽부터 천정까지 이어지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책의 동굴이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기본 콘셉트”라며 “단순히 도서 열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라이브러리 자체를 여행의 여정으로 즐길 수 있도록 신선하고 임팩트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울림의 시간, 영감의 공간’이라는 타이틀로 담고 있는 뮤직 라이브러리는 아날로그 음반 1만 장과 음악 도서 4,000여 권이 구비돼 있다. 지하에는 연주연습ㆍ녹음실과 350명 규모의 공연장으로 구성된 ‘언더스테이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현대카드가 슈퍼콘서트와 컬처프로젝트로 축적한 공연에 대한 경험과 역량,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쌓은 스페이스 마케팅 노하우가 집결한 공간이다. 매주 다양한 형식과 장르, 분야의 공연이 진행되며 방문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가장 처음 만들어진 현대카드의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이미 관광객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서울 북촌거리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개관 5년 차에 접어든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그동안 디자인 관련 전시회와 영화제, 디자인 거장들의 강연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특히 도서관이라는 정체성과 우리나라 전통 건축 양식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공간으로 미적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3년에는 아시아 대표 디자인 어워드인 ‘2013 DFAA(Design For Asia Award)’에서 종합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는 금융사 문화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지속적으로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단발성 이벤트 행사와는 차별화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브랜드를 보여주고, 사용자들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브랜딩 공간이 필요해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선보였다”며 “앞으로도 라이브러리 공간에서 각각의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