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에 9일(현지시간) 러시아 증시가 11% 넘게 폭락하고 루블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특히 미국 측 제재 대상에 포함된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의 주가가 반 토막 나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고 국제유가도 70달러선을 넘기는 등 원자재 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러시아증권거래소에서 주요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RTS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44% 하락해 러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 2014년 12월16일(-12.4%)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러시아 블루칩지수인 모엑스(MOEX)지수도 8.34% 떨어져 201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환율도 요동쳤다. 이날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4.03% 하락하며 2016년 1월20일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라보방크의 피오트 마티스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루블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 것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정부 관료 17명과 신흥재벌 6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시리아 내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을 러시아에 물으면서 서방과 러시아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된 것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의 6%를 담당하는 러시아 기업 루살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제 알루미늄 가격도 폭등했다. 루살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올레크 데리파스카 회장이 소유한 기업으로 주가가 하루 새 50%나 폭락했다. 알루미늄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122달러로 6일 미국의 제재 발효 이후 7.9%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10일 한때 전일 대비 4% 오른 배럴당 70.14달러에 거래되는 등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