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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게 현실이다”…‘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보여줄 이상한 고부관계

“한국사회의 서열화와 차별의 뿌리가 깊다. 우리나라에서 며느리라는 것이 그런 여러 가지의 서열화와 차별이 중첩돼 만나는 꼭지점이 아닌가”(이영백 PD)


MBC 새 교양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기자시사회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영백 부장과 스튜디오테이크원 박지아 본부장이 참석했다.

/사진=MBC/사진=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이 시대 며느리 이야기를 담아낸 리얼 관찰 프로그램. 최근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독립 영화 ‘B급 며느리’와 웹툰 ‘며느라기’ 등 20~40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이야기처럼 대한민국 며느리로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을 그린다.

정성후 PD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미투를 비롯한 페미니즘 이슈 속에서 적절한 타이밍이다. 두 번째로 재밌다는 면에서도 방송 시간을 헛되게 쓰는 것 같진 않다. 세 번째로 더 좋은 가치를 위해 나아가는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프로그램의 의의를 전했다.

이영백 PD는 많은 콘텐츠 중 ‘며느리’에 집중한 것에 대해 “사람 사이에 서열을 매긴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라며 “이런 서열화와 차별의 뿌리가 깊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며느리라는 것이 그런 여러 가지의 서열화와 차별이 중첩돼 만나는 꼭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자식을 키우는 책임이 있지만 그것을 넘어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며느리는 나의 아들의 배우자일 뿐인데 마치 소유물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생각한다”며 “그런 위계, 서열화, 여성차별, 가족주의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며느리다. 이 시대에서 며느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소구력 있고 대중이 관심가지고 봐줄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보여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1편 영상에는 실제 고부관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시기는 지난 설 연휴. 며느리로서 시댁에 가서 음식 준비를 돕고 남편과 갈등을 빚는 것 등이 그렇다.


출연자 부부는 결혼 3개월 차의 배우 민지영과 쇼호스트 김형균, 임신 8개월에 20개월 된 아들도 키우고 있는 6년차 부부 개그맨 김재욱과 아내 박세미, 두 딸을 둔 결혼 4년차 부부 김단빈과 김진민이다. 이들을 스튜디오에 있는 MC 이현우, 권오중, 이지혜,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이 보고 코멘트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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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백 PD는 영상을 함께 보며 공감은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안이 약하다는 지적에 “저희의 의도를 개입해서 프로그램을 흩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프로그램 내용을 해석하고 당위성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유보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운을 뗐다.

/사진=MBC/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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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파일럿 3편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정규 방송이 된다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정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내놓기에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짧은 3편에서도 며느리와 남편이 조금씩은 변하는 모습이 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서로를 이해는 모습이 보인다. 스스로 깨닫는 부분이 있다”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꾸며내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만큼 섭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박지아 본부장은 “설득할 때는 그냥 고부관계를 보고 싶다고 설득했다. 남편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섭외할 때는 사실 큰 거부감은 없으셨다. 요즘 리얼리티가 워낙 학습된 상태라 우리 가족 이야기를 보여주나 보나 하셨다”고 설명했다.

다소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방송 내용에 대해 이영백 PD는 “시부모님들하고는 굉장히 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부모님들도 발끈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겠지만 ‘나의 행동이 저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내가 다르게 행동해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지점으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프로그램에서 시부모가 나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객관적인 사실로서 행동이 보이는 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주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저는 다시 되짚어보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박지아 본부장은 비슷하게 고부관계에 대해 다루는 ‘백년손님’을 언급하며 “그렇게 유쾌한 상황을 만들려하지 않는다. 리얼이 계속될 수 있도록 촉을 날카롭게 세우고 견지할 거다. 세 아내를 연출해야 된다는 상황이 온다면 새로운 사람을 찾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지 말자고 한다. 상황을 연출하거나 의도대로 꾸며서 찍지는 말자고 결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1부는 12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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