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컬렉터가 존경받는 세상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컬렉터, 수집가라는 뜻이다. 요즘 패션 용어로 많이 쓰이는 ‘컬렉션’은 원래 미술품이나 우표·화폐·책·골동품 등 어떤 것을 모으는 행위와 그 모인 물건들을 가리킨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컬렉터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아들인 전성우(1934~2018) 간송미술문화재단·보성학원 이사장이 타계했다.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만 스스로를 “아버지가 문화재를 수집하신 유지를 받은 ‘창고지기’일 뿐”이라고 낮춰 말한 고인이 떠난 자리는 각계각층의 애도로 넘쳐났다. 간송은 일제강점기 여기저기로 팔려나가는 우리 문화재를 사재를 털어 사모았고 아들은 평생을 두고 유물을 관리했다. 그는 자신의 유산을 독차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세운 ‘보화각’을 간송미술관으로 이름 붙이고 일 년에 두 번씩 국보급 소장품의 공개 전시를 마련해 학자들에게는 연구의 기회를, 일반인에게는 향유의 기회를 제공했다. 고인은 지난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고 낡고 오래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더 넓은 최신식 전시장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소장품을 갖고 나와 과거의 문화재가 더 많은 현대와 살아 숨 쉬며 미래를 꿈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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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국의 대표 컬렉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올해 초 문을 연 용산 신사옥에 대규모 미술관을 마련했다. 부친인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도 이름난 컬렉터였지만 서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컬렉션을 쌓았다. 2016년 세계적인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명단에 포함된 한국인은 이건희 삼성 회장 부부와 서 회장뿐이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소장품은 그의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풍성했다. 수집가가 얼마나 큰 애정으로 열심히 발품 팔아가며 집중력 있게 모은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미를 창조하는 공간,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미술관 취지에 걸맞게 미술평론가부터 미술대학생 등이 많았고 직원들은 수시로 내려와 업무의 영감을 예술에서 얻어가고는 했다.

컬렉터가 존경받는 세상을 꿈꿔본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컬렉터를 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수집품 확보 자금을 겨냥한 ‘무슨 돈’이냐는 의혹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컬렉터는 이름을 드러내는 인터뷰를 꺼린다. 하지만 컬렉션은 죄가 아니다. 수집은 취향이 반영된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취미다. 수집품이 꼭 고가일 필요도 없다. 가격보다는 가치가, 남들이 따지는 기준보다 내가 느끼는 귀함이 더 큰 것이 수집의 맛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술품 수집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부족하고 미술관·박물관에 소장품을 기증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에 인색하다. 지금 우리는 간송의 업적을 얼마만큼이나 제대로 알고 있나. 기업의 예술 후원을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가. 지난해 미국을 대표하는 컬렉터 가문인 록펠러 집안의 데이비드 록펠러(1915~2017)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피카소, 모네, 에드워드 호퍼 등 전 세계의 예술품 2,000여점을 모을 때 눈을 흘겨 보는 이는 없었다.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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