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그래서 기본료는 언제 폐지하는 겁니까?"

통신기본료 1만1,000원 폐지 공약 발표 1년

법적 한계로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우회했지만 국민들 불만 여전

월 3,850원의 회선 유지료 감안하면 기본료 폐지 효과 발생했다는 주장도

국민 기대치 높아져 잇따른 요금인하 성과 무색해진 상황




“그래서 기본료는 언제 폐지하는 겁니까?”

정부나 이통사의 통신료 인하 방안이 발표 될 때마다 관련 기사에서 종종 선정되는 베스트 댓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1일 통신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공약을 발표한 후 정확히 1년이 됐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약정할인율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추진 등 요금 인하 정책에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기본료는 언제 폐지하냐’는 질문에는 답을 못 주고 있는 탓이다. 당시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이행 불가능한 초법적 공약을 내세운 것이 결국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청와대 발목까지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월 1만1,000원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은 사실상 폐기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과기정통부를 압박하며 기본료 폐지 공약 이행을 강행했지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관련 법을 개정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기본료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사기업의 가격 결정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국회 상임위 통과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월 2만원 가량에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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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폐지 공약은 발표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도 ‘실행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우려가 많았다. 우선 이용량 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제 형태의 요금제에서는 1만1,000원 가량의 기본료 개념이 있었지만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출시 이후 정액 요금제가 보편화 되면 기본료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다.

종량제 요금에 부과되는 기본료에 정부가 거둬가는 전파사용료 및 주파수 비용 등 준조세가 포함돼 있어 정부 양보 없이는 일괄 폐지가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정부는 지난 한해 동안만 주파수할당대가로 8,442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으며 전파사용료 수익 또한 2,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6,000만명이 월 1,700원 가량을 정부에 준조세로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복지정책 확대로 가뜩이나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전파사용료 및 주파수할당대가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는 6월 마무리되는 5G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최대 10조원의 추가 세수를 기대 중이지만 이를 통신비 인하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약정할인율 상향으로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휴대전화 회선을 몇 달간 중지할 경우 SKT(030200)와 KT는 3,850원, LG유플러스(032640)는 4,400원의 월 요금을 각각 부과한다. 사실상 회선 유지를 위한 기본료가 4,000원 내외인 셈이다. 반면 약정할인율 상향으로 5%포인트의 요금이 추가로 할인돼 월 7만원 가량 통신요금을 지출하는 이용자의 경우 3,500원 가량 요금 부담이 낮아졌다. 저가 요금제 이용자 또한 와이파이 개방 확대와 저소득층 통신 요금 감면 등으로 4,000원 가량의 요금 절감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공약 발표 당시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못 박은데다 지난해 국정기획위에서도 “2G와 3G 뿐 아니라 LTE에서도 1만1,000원을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본료 폐지 공약은 당시 민주당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시민단체 출신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정부부처나 산하기관 수장 교체시기마다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보편요금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결국 ‘기본료는 언제 폐지하냐’는 목소리에 부딪혀 성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내놓은 통신공약이 잇따른 요금인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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