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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콰이어트 플레이스' 존 크래신스키 "괴생명체, '앵무조개' 껍질서 영감 얻어"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Q&A를 직접 밝혔다.




#1. 감독의 실제 아내? 에밀리 블런트 캐스팅 비화 공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기발한 설정 못지않게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존 크래신스키와 그의 실제 아내이자 연기파 배우 에밀리 블런트의 동반 출연. 할리우드 잉꼬 부부로 소문난 이들이 영화에서 어떤 호흡을 선보일지 팬들의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직접 에밀리 블런트의 캐스팅 비화를 밝혀 눈길을 끈다. 그는 공동 각본가로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엄마 ‘에블린’ 역에 아내 에밀리 블런트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내심 그녀의 출연을 바랐지만 작품 선정에 있어 얼마나 까다로운 배우인지 알았기에 선뜻 제안하지 못했다는 후문. 시나리오가 완성될 즈음, 에밀리 블런트가 먼저 시나리오를 읽어 본 후 “이거 딴 사람이 하면 안돼”라며 먼저 출연을 자청해 마치 프로포즈라도 받는 심정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 공동 각본, 연기, 연출까지 1인 3역 해낸 재능부자 존 크래신스키

TV시리즈 [더 오피스]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존 크래신스키는 <브리프 인터뷰 위드 히디어스 멘>(2009년) <더 홀라스>(2016년)을 연출해 선댄스 영화제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호평 받았다. 그의 세번째 영화 연출작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개봉 전부터 2018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영화제와 뉴욕 프리미어를 통해 해외 언론의 찬사를 받았으며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해 작품성을 입증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공동 각본가, 주연 배우, 연출가 세 가지 역할을 모두 성공적으로 해내며 관객들의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그는 배우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과 작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며 효율적인 디렉팅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으로서 첫째 딸 ‘레건’을 연기한 아역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의 감정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레건’과 아빠가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고, 배우로서는 에밀리 블런트와 단 둘만의 감정 씬을 명장면으로 꼽으며 그 순간의 감동에 눈물까지 흘렸다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3.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소리’는 세상의 위협에 대한 은유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소리 내면 죽는다’는 기발한 설정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소리는 영화의 주제이자 메인 캐릭터나 다름없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영화 속 음향 효과 그 이상으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인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이에 더해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소리는 은유적인 장치라고 말하며 거대한 위협에도 부모가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치며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살아남기를 희망하고 걱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영화 속 소리를 통해 관객들이 일상 생활에서 유심히 듣지 못했던 것들에 귀 기울이게 되기를 바라며 침묵과 소음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미를 포함 전세계 9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숨막히는 사투를 그린 이야기. 군더더기 없는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만장일치 찬사를 받고있는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직접 영화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히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가는 가운데 오는 4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다음은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Q&A

Q. 공동 각본가, 감독 그리고 주연 배우까지 세 가지 역할에 도전했는데, 감독으로서, 그리고 주연 배우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 배우와 감독 모든 역할을 해내는 것이 큰 도전이지만 한편으로는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단순히 연출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배우가 스스로 만들어낸 연기에 대해 ‘컷’ 소리만 외치며 연기를 방해했을 지도 몰랐을 일이다. 나도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기 때문에 촬영 중단 없이 배우들과 연기에 대한 의견을 시시때때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감독으로만 참여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Q. 연기자의 경험이 연출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 연기자 출신의 감독인 점이 연출과 연기 모두에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면 배우들이 발산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배우인 것이 정말 행운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배우로서 얻은 경험과 에너지를 작품 연출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큰 장점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이자 배우이기 때문에 아주 효율적이었던 적이 있다. 옥수수 저장고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는데, 그곳이 너무 높아서 촬영 장비들을 들고 올라가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해질 무렵의 장면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자연광으로 촬영하려면 약 7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 스스로 현장 상황과 촬영 장면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과 연기 디렉팅을 줄 필요 없이 빠르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Q. 소리가 나면 죽는 설정이지만 역설적으로 소리가 가장 중요한 영화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소리내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괴생명체에게는 소리가 치명적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소리’란 무엇을 상징하나?

- 소리는 이 영화에서 주요 인물과 다름없다. 소리를 통해 분위기를 형성할 뿐 아니라 단순한 효과 그 이상으로 어딘가 존재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영화 속 소리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유심히 듣지 못했던 것들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 이번 작품에서 내가 생각한 소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부모로서 갖는 아이에 대한 걱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아이들이 항상 나와 가까이에 있다면 안전하겠지만, 아이들을 스스로 세상을 경험하도록 놓아주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나에게 영화 속 소리와 괴생명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은유와 같다. 위협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훈련하고 가르치고 경험하게 하는 등 아이들이 모든 것을 배우고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잘못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Q. 독특한 컨셉이지만 긴 부연설명 없이도 관객이 순식간에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예를 들면 괴생명체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등 가족이 살아남기 전, 세상에 닥친 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둔 아이디어나 배경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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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에 대해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대부분 나와 제작 디자이너가 함께 많은 아이디어 구상을 했다. 모든 배경 이야기는 거의 세트 디자인에서부터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괴생명체의 출신과 사연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관객들이 영화 속 가족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의 미스터리는 괴생명체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가족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때문에 관객들은 가족과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알고 있을 때 보다 더 다이나믹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Q. 괴생명체의 모티브, 외형 디자인은 어디서 착안했나?

- 몸 전체가 청각 기관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이며, 작은 소리에도 몸 전체로 급격한 고통을 느껴 소리의 근원을 파괴해버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생김새는 ‘앵무조개’ 껍질에서 디자인적인 영감을 얻었다. 상상 이상의 튼튼한 구조로 된 생명체를 만들어 ‘저들을 파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함께 심어주고자 했다.

Q. 영화에서 감정, 음향 효과, 음악 모두 절제미가 있다. 편집하는데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았는지? 감독으로서 더 보여주고 싶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절제한 장면이 있다면?

- 다른 영화에서는 대본 작업과 실제 촬영, 그리고 편집 이 세 작업이 모두 각각의 전혀 다른 과정이며 경험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세 작업이 모두 유사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는 생존법칙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다른 영화 작업처럼 씬의 내용을 교체하거나 순서를 바꾸거나 할 수가 없었다. 씬을 바꾸지 않은 것이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몇몇 인서트 장면의 교체를 제외하고는 촬영하고도 쓰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고, 대본을 작업한 대로 촬영을 모두 진행했다. 이 영화는 첫 장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관객들이 후반의 액션을 보기까지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지, 그 리듬을 찾아내는 것이 내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이었다. 관객들이 초반에 가족을 많이 볼수록 더욱 그들의 감정과 관계, 상황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후반 액션 장면들에도 더욱 감정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관객들이 얼마나 잘 따라오고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은 참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에 가장 주요한 장면은 초반 최대한 조용히 지내는 아름답고 친밀한 가족의 모습이 담긴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감독으로서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또 배우로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그리고 그 이유는?

- 감독으로서는 사실 좋아하는 장면이 많아서 하나만 꼽기 어렵다. 옥수수 저장고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매우 강렬했고 또 아역 배우들에게는 아주 큰 액션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길에서 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수화로 하는 것도 아름다웠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딘가 상처 난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관객들도 이 두 사람의 관계가 곧 다시 회복되길 기대하게 만든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밀리센트에게 감탄을 하는데, 사춘기 소녀의 혼란스러움과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하고 또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받아 주길 바라는 연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

- 배우로서도 역시 좋아하는 장면은 무척 많지만, 에밀리 블런트와의 춤 추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감독으로서 카메라를 어디에 어떻게 놓을지 무척 신중하게 세팅 했지만, 배우로서도 스스로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장면일지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의 촬영, 연기, 스토리텔링의 마법이 끝난 후 나는 나와 내 아내가 춤을 출 때 어떤 모습인지 카메라를 통해 보게 되었고, 우리 두 사람의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감동이 북받쳐 눈물이 흘렀던 기억이 난다.

Q. 실제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의 출연 계기와 캐스팅 과정은?

- 시나리오를 보고 준비하는 내내 내심 에밀리 블런트가 ‘에블린’ 역을 맡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작품을 고를 때 얼마나 까다로운 배우인지 알기에 먼저 입 밖으로 꺼내 제안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가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 달라고 했고 시나리오를 본 후 “이거 딴 사람이 하면 안돼”라며 ‘에블린’ 역을 자청했다. 꼭 프로포즈라도 받는 심정이었다.

Q. 엄마역의 에밀리 블런트는 매우 주체적인 캐릭터다. 에밀리 블런트가 캐스팅 된 이후 캐릭터의 컨셉이 바뀌었나? 어떻게 이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하다.

- ‘에블린’ 캐릭터는 초안부터 있었지만 내가 공동 각본으로 다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좀 더 녹여냈다. 이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가족이라는 상징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했는데, 예를 들어 모래길을 까는 게 가족들을 구하게 되고, 아버지가 딸에게 준 보청기 등 모든 것이 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게 했다. 에블린 캐릭터에 대해서 한 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역을 맡을 배우로 오직 에밀리 블런트만 생각하면서 썼다는 것. 에밀리가 이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 지 얼마나 몰입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연기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Q. 원래 공포 스릴러 장르를 좋아했는지? 다음 작품은 어떤 장르를 연출하고 싶나?

- 원래는 공포, 호러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죠스>, <에일리언>, 히치콕의 영화들 같은 고전 명작들은 다 봤다.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특별히 미국적인 향수가 느껴지는 영화가 되었으면 했고 공포 영화를 잘 모르는 감독이 만든 것 같은 작품으로 보이기 싫었다. <겟 아웃>, <더 위치>, <맨 인 더 다크> 등 최신의 트렌디한 공포 스릴러 장르 영화들을 많이 봤다. 요즘은 어떤 방식으로 긴장감을 형성하는지, 다양한 순간에 관객이 어떤 느낌을 받게 하는지 등을 관찰하고자 했으며 많은 도움이 됐다.

- 어떤 영화든 감정적으로 자극을 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다음에 또 다른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는 것도 좋다. 이제는 장르 영화가 더이상 공포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공포 스릴러 장르에는 정말 훌륭한 제작자, 각본가, 촬영 감독이 많이 있는데, 나도 한동안은 그 곳에 머물러 있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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