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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임수정 “천만 목마르지만..예술영화와 협업 중요”

30대 중반을 넘어선 임수정에게는 ‘여배우’ 외에 도전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오히려 경험으로 쌓인 노하우와 가치관, 깡으로 ‘살기 편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최근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 인터뷰로 만난 임수정은 이날 ‘씨네타운’ 출연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라디오에 남다른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현재도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에 출연하며 유창한 언변으로 영화에 대한 지식을 대방출, 청취자들에게 사랑 받는 진행자로 주목 받고 있다.


“라디오가 참 재미있고 나에게 낯설지 않은 매체인 것 같다. 오랜만에 생방송을 했는데도 낯설지 않더라. 워낙 어릴 때부터 나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컸다. 좋아하는 매체였는데 과거에도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들에서 DJ 제안을 해주셨다. 관심만 가지고 규칙적으로 성실하게 고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준비하지 못했다. 최근 팟캐스트를 하게 됐는데 제대로 또 DJ를 하고 싶다.”

임수정은 라디오 외에도 TV 토크쇼에도 몇 년 전부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진행해보고 싶었다. 엘렌 쇼처럼 자유로운 형식의 쇼를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지만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임수정하면 여전히 ‘동안’이란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당신의 부탁’ 출연에도 그 점이 적잖이 작용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청소년 아들과 법적 엄마의 나이 차가 최대한 적어보이는 게 효과적이었다. “감독님께서 효진이 어려 보여야 16살 아이를 아들로 받아들여야하는 당혹스러움이 잘 전달될 거라고 하셨다.”

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


‘동안’ 수식어가 지금의 임수정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이치인데, 과거의 자신과 자꾸만 비교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말일 수 있다. “감사하고 고맙긴 한데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싶다.(웃음) 부끄럽기도 하고 오글거리고 그런다. 나는 내 나이를 인식하면서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좋아한다. 그런데 아직 많은 분들의 이미지 속에는 어리게 남아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것과 대중의 느낌에서 거리감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연기로 차차 보여드려야겠다.”


‘당신의 부탁’에서 효진(임수정)은 엄마와 만나기만 하면 다투는 현실 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는 딸의 처지가 걱정돼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효진은 그런 엄마의 관심이 피곤하다고 느낀다. 임수정은 “실제로 엄마에게 화내고 다투는 신은 원래 시나리오대로 연기한 것이었다. 너무 섬세하고 사실적인 대사였다. 감독님께 나도 실제로 엄마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더니 감독님께선 ‘그게 엄마와 딸이지’라고 하시더라. 엄마와 통화할 때는 사이가 좋은데 만나면 다투게 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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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를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누구나 준비하고 있던 건 아닐 텐데 막상 엄마가 될 때의 감정을 아직 나는 모르겠다. 어떤 엄마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기 보다 나는 엄마가 되더라도 우리 엄마처럼 헌신한 것의 요만큼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 기본 성향이 주변 사람을 잘 챙겨서 그렇게 아이에게도 대할 것 같다.”

팟캐스트, 미쟝센영화제 심사위원, 잇따른 저예산영화 출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미 있는 영화 활동을 하고 있는 임수정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관심이 있어서”임을 강조했다. 무엇이든 ‘옳다’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배우 임수정 /사진=명필름, CGV아트하우스


“심사로 참여하는 것이라든지 독립영화 협업을 해보고 있다. 이것도 끊임없이 관심 있었던 이슈였다. 한국영화가 같이 성장했으면 싶었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독립영화도 많이 봐주셨으면 싶었다. 심사를 하면서 단편영화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완성도도 높고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있더라. 이런 게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상업영화 감독들이 눈을 돌려서 작업을 한다면 밸런스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참여하다 보니 ‘더 테이블’과 ‘당신의 부탁’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이런 행보를 하고 싶다.”

“물론 나도 ‘천만 영화’가 목마르다. 그런데 내가 가진 영향력이 있다면 좋은 예술 영화들과 협업하고 싶다. 나로서는 연기적인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고 영화 측에서는 대중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겠다. 좋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영향력 있을 때까지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다.”

여러 방면으로 활동을 열어두려 한다는 임수정은 “지금까지는 잘 안하고 못했기도 했는데 뭘 하고 싶었는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조곤조곤하지만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는 그에게서 과거와는 또 다른 여유로움과 강단이 느껴졌다. 데뷔 18년차의 유연함일까.

“나이가 들면서 편안해지기도 했고 인간으로서 원하는 게 분명해졌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것들은 포기하고 안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걸 하기에도 바쁘다고 생각하는데 편해짐과 동시에 주체적이고 세진 것 같다. 의사표현도 그렇고 사회적 의견도 얼마든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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