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AI) 모델 ‘레스넷-152’에 2만여장의 피부 종양 사진을 학습시켜 피부암을 80~90%의 정확도로 감별해냈다. 피부과 전문의 진단 결과보다 높거나 대등한 수준이다.
17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장성은 피부과 교수, 한승석 아이피부과 원장, 김명신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팀은 인공지능 전문가와 공동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은 12개 종류의 피부 종양 사진 2만여장을 마이크로소프트(MS)이 무료로 공개한 인공지능 모델 레스넷-152에 학습시켰다. 레스넷-152는 피부 종양의 악성 여부를 나타내는 종양의 비대칭성과 가장자리 불규칙성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인간의 시신경을 본뜬 ‘합성곱(Convolutional) 신경망’ 구조를 갖고 있다.
이어 테스트용 피부 종양 사진 2,500여장을 판독하도록 했더니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악성 흑색종과 가장 흔한 피부암인 기저세포암은 90%를 약간 웃도는 정확도로, 편평상피암은 80%가량의 정확도로 감별해냈다. 악성 흑색종과 기저세포암의 경우 암환자에게 암에 걸렸다고 진단하는 민감도가 91%, 피부암에 걸리지 않은 환자에게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진단하는 특이도가 90.4%였다.
악성 흑색종은 피부암의 한 종류로 얼핏 보기에 검은 반점처럼 보이며 조기에 진단되면 치료가 쉽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간·폐 등으로 전이돼 생존율이 20%를 밑돌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의 피부암 진단 정확도가 피부과 전문의 16명의 진단 결과보다 높거나 동등했다”며 “외국의 경우 진료비가 부담되거나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피부과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의료 접근성이 높아져 피부암 조기 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한 원장은 “피부암 정복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MS의 무료 공개 인공지능을 활용해 ‘피부암 감별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활용할 수 있게 인터넷 웹사이트(http://dx.medicalphoto.org)에 무료로 공개했다”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피부 종양 사진을 이 웹사이트에 올리면 자동으로 판독이 이뤄지는데 일반인이 쓰기엔 난해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의 규제가 없으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이 다양하게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에서 발간하는 피부과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 ‘피부과학 연구 저널’(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