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사는 A(67)씨는 동네 주민 B(75)씨와 함께 나물을 캐러 외출했다. 이날 청주의 낮 최고기온은 20도까지 올라 들판에서 봄나물을 캐기 좋은 날이었다. A씨 등은 이날 흥덕구 송절동 들판에서 나물을 캤다.
그러던 이들의 눈에 근처 경작지에서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두릅 새순이 들어왔다. 두릅은 4월께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으로, 독특한 향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산나물이다. 신선한 두릅을 맛보고 싶었던 A씨와 B씨는 과도를 이용해 두릅을 따기 시작했다. 50여개쯤 두릅 새순을 채취했을 때 누군가가 “남의 밭에서 뭐하는 겁니까”라며 호통을 쳤다. 낯선 사람이 자신이 밭에서 두릅을 채취하는 것을 본 주인 C(66)씨의 흥분한 목소리였다. A씨와 B씨는 두릅을 챙길 겨를도 없이 1t 트럭을 타고 도망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약 4㎞가량 달아난 A씨와 B씨를 신고 접수 40분 만에 붙잡았다. 경찰에서 A씨는 “먹고 싶어서 땄다”며 되레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흥덕경찰서는 시가 4만원 상당의 두릅 53개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씨와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유지에서 주인 동의 없이 농산물이나 나물을 채취하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봄나물을 캐려면 주인이 있는 땅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