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수제 맥주의 자격..."공룡업체 안돼"

"소규모·독립성 중요"

글로벌사 AB인베브

핸드앤몰트 인수계기

일정 지분 이상 땐

협회, 인정 않기로




최근 국내 수제 맥주 회사 ‘핸드앤몰트’가 글로벌 주류 기업인 AB인베브에 인수된 것을 계기로 ‘수제 맥주의 자격’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수제 맥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대형 주류업체의 가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최근 긴급 이사회를 열어 대형 주류업체의 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회원사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협의했다. 최종 결정은 오는 5월 열리는 회원사 총회에서 이뤄진다. 지분 기준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수제 맥주 산업이 아직 초기임을 고려해 글로벌 기준보다는 다소 느슨한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수제맥주협회는 회원사의 자격으로 소규모, 독립성, 전통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대형 주류업체의 지분이 25%를 넘을 경우 회원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협회의 지분 기준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제 기준 보다 느슨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해도 이번에 핸드앤몰트 지분 100%를 인수한 AB인베브는 지위를 박탈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코로나, 레페 등 200개가 넘는 맥주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오비맥주의 모회사이기도 한 글로벌 공룡 주류업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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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제맥주협회의 회원사로 활동 중인 롯데주류와 신세계도 제명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주류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 신세계는 데블스도어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이들 업체 역시 대형 주류업체로서 자체 상품은 물론 해외 주류도 수입 판매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한 업체가 해외 대형 주류 업체에 인수된 것을 계기로 수제 맥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격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만일 지분 기준이 생기더라도 기존 회원사들에게 지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세부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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