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가 지난 5일 출시 이후 열흘 만에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하며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중소형펀드에 대한 성과 기대감과 정부의 세제혜택, 공모주 우선 편입 등이 투자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여기다 최근 중소형주 시장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펀드가 없다는 점도 코스닥벤처펀드로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의 5일 이후 누적 판매액은 13일 기준 9,38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벤처펀드 가입이 가속도를 내면서 하루 평균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씩 몰리는 등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 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펀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와 전환사채(CB·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를 포함한 벤처기업 신주에 15%, 벤처 또는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후 7년이 지나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의 신·구주에 35%를 투자해야 하는 펀드다. 3년 이상 투자 시 투자자별로 투자한 모든 코스닥벤처펀드의 합계액 중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한도 3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식의 30%를 우선 배정받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현재까지는 벤처펀드로의 자금유입이 고액자산가 중심의 사모펀드(투자인원 49인 제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7개 공모펀드에 2,034억원, 78개 사모펀드에 7,0351억원이 유입됐다. 하지만 출시 첫날 7%에 불과하던 공모펀드 설정액이 12일 기준 20%로 확대되고 있어 공모펀드 설정액도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날이 지날수록 가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출시 첫날인 5일 3,708억원에 이어 6일 150억원, 9일 973억원, 10일 862억원, 11일 1,201억원, 12일 1,473억원, 13일 1,018억원이 몰렸다. 많게는 하루 평균 1,500억원 가까이 몰리면서 판매액이 연일 10%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할 때 출시 열흘 만인 16일 기준 전체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은 1조원을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코스닥지수가 5일부터 전날까지 8거래일 동안 2거래일만 약세를 보이며 868.93에서 896.89까지 3.22% 오른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수혜주로는 정보기술(IT)주와 바이오 업종이 거론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중에서는 9일 설정된 KTB코스닥벤처가 설정액 1,319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쓸어담았고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1 225억원,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 1이 168억원 순이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거운 것은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의지와 세금 혜택이 결합된 결과”라며 “벤처펀드는 소득공제라는 실질적 혜택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꾸준히 팔리는 대표적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