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헤지전용계좌’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지전용계좌는 개인 투자자가 헤지 거래를 할 때 내야 하는 3,000만원에 달하는 기본예치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인데요.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수요도 적어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계좌가 많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김성훈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헤지거래전용계좌가 도입된다는 기사를 보고 증권사에 문의했지만 제도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 맞나요?”
최근 한 투자자로부터 받은 문의입니다.
조사결과 초대형IB 5곳 중 3곳은 운용 중인 헤지거래전용계좌가 없었고,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만이 소수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만이 제도를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로 계좌가 개설된 곳은 거의 없습니다.
‘헤지거래전용계좌’는 지난 2017년 6월 파생상품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개인투자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ETF 등 현물 범위 내에서 헤지 거래를 할 때에 헤지거래전용계좌를 이용하면 기본예탁금 3,000만원을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시행된 지 9개월이 됐지만 다수의 증권사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헤지전용계좌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이유는 실효성 부족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예치금을 면제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거래 규모에 따라 거래증거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굳이 헤지 목적만으로 헤지전용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물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의 목적이 주로 헤지가 아닌 투기이고, 개별 상품의 헤지를 위해 전용계좌를 이용할 만큼 전문적인 개인투자자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의 수요는 생각지도 않고 탁상공론으로 제도를 만들다 보니 하지 않느니만 못한 일이 됐습니다.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