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사진)의 KB금융그룹이 지난해 신한금융을 제치고 9년 만에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1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려 수성을 굳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3년의 재임 기간에 리딩뱅크 기반을 탄탄히 다져온 게 이 같은 결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9,6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측치인 9,000억원대 초반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윤 회장은 9년간 1위를 지켜온 신한금융 추월을 위해 ‘깔딱고개론’을 설파했다. 등산을 하는데 마지막 남은 8~9부 능선을 넘기가 제일 힘들기 때문에 이때 힘을 더 써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며 임직원을 독려해왔다. 그러면서 지점 등에서 만연하던 직원 간 과도한 대출경쟁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부실률을 줄였다. 일단 대출을 늘려 성과급을 챙긴 후 다른 지점으로 옮기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부실 여부를 떠나 대출경쟁에 나섰던 직원들은 오히려 반발했다. 쉽게 대출하고 성과급을 받아도 되는데 윤 회장이 이에 제동을 건 셈이 됐기 때문이다. 깔딱고개론도 윤 회장의 철학에 동조하는 직원들은 ‘이번에는 1위를 해 보자’는 동기로 다가왔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반발의 빌미를 줬다. 그렇지만 윤 회장은 묵묵히 자신의 철학을 밀고 나갔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추진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성과로 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할 때도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성과를 보면 연임을 해도 무방하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실적을 따져보니 내실이 양호하다. 1·4분기 순이자이익은 2조1,4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와 우량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NIM은 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개선된 2%를 기록했다. 순수수료이익은 6,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급증했다. 순수수료이익이 분기 기준으로 6,000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주식 거래대금과 ELS 등 신탁 상품 판매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더욱이 KB국민은행 명동사옥 매각이익 1,150억원이 일회성 요인으로 편입됐다. 1·4분기 그룹 총자산이익률(ROA)은 0.87%,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45%로 각각 전 분기 대비 0.36%포인트와 4.91%포인트 개선됐다. 3월 말 기준 그룹 총자산은 45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5% 늘었다. 그룹 자본적정성 및 건전성 수치는 3월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 15.08%, 보통주자기자본비율 14.52%, 부실채권(NPL) 비율 0.70% 등을 기록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가 합쳐지면서 KB금융의 1위 질주가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중심에 윤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