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며 아픈 노부모나 배우자를 돌보는 서울시민의 88.5%가 여성이며, 평균연령은 50.9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일을 하면서 아픈 부모·배우자를 부양하는 서울시민 200명을 연구한 결과를 담은 ‘일하는 가족 돌봄자 지원방안연구 - 노인 돌봄 가족을 중심으로’를 20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 대상이 되는 노인은 여성이 69.5%로 남성보다 많았으며 평균연령은 81.3세였다. 돌봄 대상 노인의 56.5%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사별하고 혼자가 된 노인(63.5%)이 배우자가 있는 노인(36%)보다 2배가량 많았다.
노부모를 돌보는 이들은 심리·정서적 어려움(5점 중 4.17점)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사회·문화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고(4.03점), 돌봄 노동에 따른 신체적 어려움(4.02점)도 힘들다고 답했다. 돌봄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누구와 상담하는지 물었더니 대부분이 가족(71%)이나 친구(61%)라고 답했다. 전문가와 상담한다는 이들은 11%에 그쳤다. 연구를 담당한 김미현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전문가 상담 비율이 낮은 것은 노인 돌봄 영역이 아직 사회적 어젠다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담 전문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노부모를 돌보는 이들은 서울시의 지원정책 가운데 ‘치매노인 돌봄가족 휴가제’(68.5%)를 가장 선호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곁에서 돌보느라 지치고 힘들었을 가족이 잠시나마 간병 부담에서 벗어나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 휴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휴가비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한다. 이어서 ‘가족돌봄휴직제도’(62.5%), ‘서울시 치매상담지원센터’(38.0%), ‘가족간호휴가제도’(37.0%) 등에 대한 선호도가 컸다. 그러나 실제로 지원정책을 이용한 이들은 소수였다. 특히 가족간호휴가제도(4.5%), 치매노인 돌봄가족 휴가제(2.5%), 유연근무제(2.5%)를 이용해봤다는 응답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김 연구위원은 “돌봄 지원정책의 이용자 수가 적은 것은 정책 인지도가 낮은 이유도 있다. 그리고 돌봄자의 절반 이상이 직원 수가 10인 미만으로 영세한 직장에서 일해 정책 수용 여건이 갖춰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각종 돌봄 관련 서비스를 통합하고, 지역 주민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