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정부 지원 원칙으로 ‘올드 머니(old money)’ 투입 불가 및 ‘뉴 머니(new money)’ 투입 가능 방침을 밝혔다. 과거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 없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신규 투자는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20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규모가 아직 잠정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원칙적으로 과거 경영실패로 인한 ‘올드 머니’는 안 쓰겠다는 것이며, 대신 새로운 경영정상화를 위한 필요한 자금, 합리적 투자라면 그러한 ‘뉴 머니’(투입)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GM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뉴 머니’ 3조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지원규모가) 잠정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여러 경우의 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투자기업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령에 적합한지 살펴봐야 하며 만약 적합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떤 다른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중인 한국GM 노사는 20일(한국시간) 이 시한이었던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끝내 타결하지 못한 채 협상 시한을 23일 오후 5시까지 연장한 상태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연장시한 내에 타결되면)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거쳐 GM과 정부지원에 대한 문제를 매듭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환율주권’ 강조
한편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와 관련해 미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 아니며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개입내역 공개를) 요구했다. 압력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며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 우리 정부의 필요와 독자적 판단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나 다른 어떤 쌍무적 협상과 관련된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 상황, 외환시장의 구조와 성숙도, 다른 나라의 여러 사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관련 상황을 충분히 검토해 우리 정부가 독자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주기와 시점 등 구체적인 방식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에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시장이 가장 적응하기 쉬운 빈도와 방법으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을 찾아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환율 투명성을 이 정도로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G20 가운데서도 중국·한국·터키 정도만 안 한다”며 “언젠가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부적으로 해왔다”고 부연했다. 이어 “(개입내역 공개를 통해) 국가신인도와 외환시장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발표 시기와 관련해선 ‘4월 내에 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달 내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북미협상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는 큰 틀의 합의는 봤지만 구체적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협상을 하고 있다”며 “(개정이) 된다면 양국이 각각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최종적 서명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FTA 비준이나 철강 관세 문제에서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FTA 개정 합의를 발표한 뒤인 지난달 30일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미 FTA 개정을 유보할 수 있다”며 “이건 아주 강한 협상 카드고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다는 걸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고 발언해 논란을 산 바 있다.
김 부총리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번 방문에서 IMF나 세계은행에 지원을 요청했거나 요청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은 적절치 않은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 의제는 경제가 아니라 비핵화”라며 “과거 사례들이나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준비할 수는 있지만 지금 그 얘기를 꺼내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