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관계가 오는 6월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대만에서 사실상 미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가 6월에 신규 건물에 입주하면서 개최하는 관련 행사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다른 고위 관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전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rinciple)’을 지키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중대 도발’로 간주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對) 대만 잠수함 건조기술 판매를 승인하는 한편 대만여행법에 서명, 양국 관리들의 교류를 촉진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중국 선전기관이 통상문제로 미국과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서 전쟁과 같은 공격적인 용어를 동원해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점은 흥미롭다면서 하지만 통상문제는 종국에는 협상 가능한 사안인 만큼 중국의 이런 대응은 협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볼때 대만 문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명확히 설정된 ‘레드라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에 고무된 대만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독립을 내세우면서 레드라인에 다가서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실제 이달 초 대만 라이칭더 행정원장(총리)은 공개리에 자신을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정치인이라고 지칭하고 나서 중국이 발끈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라이 원장의 당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급격히 밀착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중국에 심각한 우려를 안겨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 이후 중국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권력 강화에 나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양안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는 점도 주목된다. 시 주석으로서는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행사를 한층 확대하고 대만의 독립을 저지한다는 명분 아래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통해 위력시위에 나서는 강경 행보를 이어가면 중국 내 지지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모색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무력을 통한 통일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중국 관리들과 국영 매체들은 평화통일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들어서는 점차 무력 사용 가능성을 흘리며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