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등 실질적인 조치를 발표하며 한국 증시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증시 저평가 요인이 해소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잠재리스크인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사라진다면 주식시장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증시 자금유입, 대형주들의 저평가 해소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선결 조건들이 하나둘 씩 나타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대형주 100개 중 주가수익률(PER)이 코스피 시장의 1년 예상 평균 PER인 9.75보다 종목이 총 32개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조건의 중형주가 56개인 것에 비해 적은 수치이며, 111개인 소형주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중공업(PER 3.42)과 LG디스플레이(4.98), SK하이닉스(5.6), GS(5.74), 삼성전자(7.49) 등이 코스피 평균보다 낮은 ‘저평가 대형주’로 꼽힌다. 이들 중 자본순이익률(ROE)이 높은 기업이 포진해 있다. SK하이닉스가 36.8%로 대상 종목 중 가장 높고, 메리츠화재(22.54%), 롯데케미칼(21.52%), 삼성전자(21.01%) 등이다. 현대중공업(311.67%)과 SK하이닉스(259.48%), LG(123.19%) 등 올해 이익 증가율이 100%를 넘어서는 기업들도 있다.
실적과 기업 가치가 높은 대형주가 저평가되는 현상은 국내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안 디스카운트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남·북 긴장 관계는 국내 증시의 ‘상수’가 되었고, 따라서 국내에서 기업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주가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인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대형주를 외부 변수에 따라 단기 매매를 한다. 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GS 같은 기업들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연초부터 외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2조5,841억원)했다. 지난 20일에도 전날 미국 증시가 현지 반도체 업종의 하락 등 여파로 흔들리자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2.2%, 3.98%로 크게 내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8.7배로, MSCI 신흥시장 지수(12.4배)의 70% 수준이다. 개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은 미국(17.2배), 일본(13.5배)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13.2배), 대만(13.5배)에 비해 한참 낮다.
평화협정 발표까지 예상되는 이번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국내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은 “물론 대외 변수는 또 급변할 수도 있다”면서도 “저평가의 요인이 사라지면 결국 해당 국가의 대표주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등 이벤트를 앞두고 펀드 자금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국내 전체 펀드 순자산은 555조 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 3월 감소세를 보였던 펀드 순자산액은 4월 들어 다시 본격적인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 12일을 제외하고 최대를 기록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며 모든 투자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면서 “실적 시즌을 앞두고 주요 기업 실적도 나쁘지 않아 주식형 펀드로도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