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警, 비공개 카페·출판사 압수수색…'스모킹건' 찾아낼까

드루킹 사건 수사 관전포인트

"김경수 보좌관과 돈거래" 협박 등 의구심 증폭

댓글팀 자금출처·추가 조작 여부 규명 급선무

"다른 사조직 5~6개 더 있다" 의혹도 밝혀내야

‘드루킹’(필명) 김모씨의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비공개 인터넷 카페와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반 부실수사로 정치권에서 특검 전환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간 조직의 명운은 물론,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이 ‘드루킹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려면 △김경수 의원의 지시·관리 여부 △드루킹 댓글팀의 자금출처 △추가 댓글조작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각 사안 하나하나가 4·27 남북정상 회담과 6·13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에 메가톤급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김경수-드루킹 커넥션 어디까지=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파주 느릅나무 건물 안팎의 CCTV 영상과 주변 차량 2대 블랙박스, USB 등을 압수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과 김씨가 활동했던 비공개 인터넷카페 2곳에 대해 가입자 정보, 게시글, 사진, 댓글 등을 네이버에 요구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댓글 활동에 가담한 사람들의 규모와 신분, 비공개 카페의 조직·규모·댓글조작 관여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이 비공개 카페로 수사망을 넓힌 것은 최근 수사에서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씨와의 커넥션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충성도 높은 특정 회원들을 선별해 복수의 비공개카페를 운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개 카페에 비해 더욱 비밀스런 대화들이 비공개카페에서 오고 갔을 가능성이 높고, 그 대화들 중에 김 의원과의 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에서 김씨는 김 의원이 “홍보해달라”고 하자, “처리하겠습니다”고 답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세계 최고의 보안성을 자랑하는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두 사람 간 55차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확인했다.


◇드루킹 댓글팀의 자금출처는=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연료·비누판매 수익금 등으로 경공모와 느릅나무 사무실 운영 비용을 충당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비용이 훨씬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 수사에서 김씨가 김 의원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것을 빌미로 김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던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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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보좌관이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경찰 조사를 통해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주일 한국 대사 등 인사청탁에 이어 돈 거래까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이후에 A씨에게 500만원을 줬고 A씨는 김씨가 지난달 25일 구속된 직후 이 돈을 돌려줬다. A씨는 이후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금전거래의 성격 파악과 더불어 추가 금전거래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단순한 채권채무 성격인지, 인사청탁에 관한 대가 성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 입출금내역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조만간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또 드루킹 댓글팀 자금총책으로 추정되는 B씨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벌인 뒤 혐의가 소명되면 피의자로 전환할 방침이다.

◇탄핵·대선 정국 때도 댓글 조작했나= 김씨가 올 1~3월 김 의원에게 보낸 기사 URL 3,190건 가운데 경찰이 네이버에 의뢰한 6개 기사(3월16·18일)의 18개 댓글이 매크로를 이용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1월17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동원됐던 아이디 614개 가운데 205개가 이들 기사의 댓글에 794차례 공감클릭을 누르는 데 이용됐다. 기존 기사 외에도 다른 기사들에 대해서도 댓글조작이 행해진 사실을 포착한 것이다.

김 의원과 김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이 이어지던 지난해 1월부터 접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과 대선 때도 댓글조작을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정계 일각에서는 드루킹 댓글팀 외에도 다른 사조직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댓글조작 피해를 당했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홍보에 필요한 기사를 여러 사람에게 보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한 조직에만 모든 걸 맡겼겠는가”라며 “드루킹은 중간보스 중 하나일 뿐이고 이런 조직이 최소한 5~6개는 더 있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주장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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