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화제의 책]'중년여성이여 이젠 당신의 인생에 올인하라'

예전같지 않은 몸과 마음 하지만 중년의 삶은 계속된다.

이런 중년이어도 괜찮습니까?

강안 지음, 이후 펴냄




민첩하고 재빠른 젊음은 가고 묵직해져 굼뜬 어정쩡한 외모의 중년 여성. 뜨거운 열정은 사라지고 듬직한 믿음으로 한 집에 사는 동지 같은 부부관계, 자식·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소싯적 부끄럼 타던 소녀는 사라지고 악착같은 아줌마로 거울 앞에 섰다. 하지만 어찌하랴 삶이 그러한 것을. 흰머리 감추려 염색을 하고 피부과를 들락거리며 얼굴을 손봐도 세월의 흔적을 감추기엔 역부족이다.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저자가 중년 여성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에세이를 냈다. 반백의 나이 오십을 그녀는 쉰내를 말리는 나이라고 한다.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늘어진 팬티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입고 또 입는 그런 악착스러운 모습이 보통의 중년 여성이다.

관련기사



자식은 커서 품을 떠났고, 남편은 여성 호르몬을 내뿜고 있으니 믿음직했던 옛날이 듬직한 모습은 찾기 어렵다. 이젠 늙어질 일만 남은 중년의 삶이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작가는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을 때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무던히 아이들을 봐주고, 봄나물을 캐다 무심히 던져주는 이웃 할매, 손자 보느라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면박을 주는 친구, 우울증 극복을 위해 봉사에 나선 언니, 추레한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뽀대나는 속옷이라는 동생 등 주변 사람들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삶의 조그마한 의미를 찾아내 읊조린다. 편안한 노년생활을 준비하기에 마음 한 구석이 빈듯한 중년 여성들. 남자들은 알지 못하는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웃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흔한 수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맺힌다. 웃프다. 상황 자체는 우스운데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러한 장면이다. 늙어서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수면제를 모으는 TV 속 늙은이들이 냉혹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작가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일에 행복해 하며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는 중년 여성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어깨를 다독이는 것만 같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