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파라과이, 우향우 확실시...'핑크타이드' 사라지는 남미

베니테스 의원 좌파상대로 압승 유력

예정된 중남미대선 바로미터 될 듯

민심, 높은 실업률·권력층 부패에 염증

우파정권 남미국가연합서 집단 탈퇴

남미 전역서 우파 세력 확장 거세져

파라과이 보수우파 집권 여당인 콜로라도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상원의원 /파라과리=로이터연합뉴스파라과이 보수우파 집권 여당인 콜로라도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상원의원 /파라과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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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지역이 정권 재창출 과정에서 보수우파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핑크타이드(좌파물결)’가 급격히 퇴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적 기대감이 높았던 좌파정권들이 하나같이 내놓은 무상복지 정책이 빛을 발하기는커녕 오히려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 등 삶의 질이 더욱 떨어지기 시작하는 탓에 경제성장에 대한 바람이 우파세력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남미 민심이 급진보다는 안정적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정치성향인 우클릭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2일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파라과이 대선에서 보수우파 집권 여당인 콜로라도당의 대선 후보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상원의원이 진보 성향의 가나르 야권 연합후보인 에프라인 알레그레 상원의원을 상대로 가볍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여론조사에서도 베니테스 상원의원은 54.9%의 지지율을 얻으며 28.6%의 지지율을 기록한 알레그레 상원의원을 26.3%포인트 차이로 일찌감치 따돌린 바 있다. 한 달 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알레그레 의원이 베니테스 의원보다 2%포인트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대선 판도가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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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대선 투표 막판 보수층의 집결 효과가 나타나며 지지율이 큰 폭으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베니테스 의원은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성향 인물로 사법부 개혁과 외자 유치를 위한 낮은 세율 지지 등 경제성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반면 좌파진영 주자인 알레그레 의원은 전기요금 인하, 기본 의료서비스 무상화, 무상급식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민심을 움직이는 데 실패했다.

파라과이 대선이 주목되는 것은 이후 줄줄이 예정된 중남미 대선 과정에서 이념적 지형변화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좌파성향에서 우파성향으로 돌아서는 것은 비단 파라과이 대선만은 아니다. 당장 5월27일 콜롬비아, 7월1일 멕시코, 10월7일 브라질 대선이 잇따라 예고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다음달 27일 1차 대선투표가 예정된 콜롬비아에서도 집권 우파 민주중도당 후보인 이반 두케 전 상원의원이 지지율 36%로 좌파진영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부패혐의로 구속되면서 세력확장을 도모하던 좌파세력의 기대감은 한풀 꺾인 상태다. 앞서 금융가 출신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서 좌파 포퓰리즘 척결을 모토로 삼아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칠레 대선에서도 무상복지 확대 공약을 앞세운 좌파 연합 후보를 상대로 시장경제주의자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이 승리한 바 있다. 남미 민심이 좌에서 우로 돌아선 핑크타이드가 퇴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근거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칠레·콜롬비아·페루·파라과이 등 우파 정권들이 남미 최대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UNASUR)에서 집단 탈퇴를 추진하며 남미 전역에 우파세력 확장에 나섰다.

외신들은 중남미에서 우파가 세력을 확장하게 된 원인으로 경제 불평등과 권력층의 부정부패 심화 등을 꼽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우파의 부상은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겨지던 좌파도 부패 추문에 연루돼 있는 것을 목격했고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최하층 국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우파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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