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미일정상회담이라는 ‘외교 카드’에도 또 하락했다. 현지 언론은 아베 총리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퇴진’이라는 강수를 꺼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 때의 33%에서 3%포인트 하락한 30%로 집계됐다고 23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위험수역에 들어가기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위험수역’은 총리 사퇴가 가능한 내각 지지율 20%대를 의미한다.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는 것은 요미우리신문이 20~22일 실시해 이날 결과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미우리의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직전 조사 때보다 3%포인트 하락해 39%로 내려왔다.
현재 진행형인 사학스캔들 논란에 재무성 고위 관료의 여기자 성추행 의혹이 겹쳤다. 가케학원 수의학과 신설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야나세 다다오 당시 총리비서관이 가케학원 소재지인 에히메현 공무원에게 “총리 이슈”라며 압박했고, 이에 따라 에히메현 공무원들이 총리 관저를 방문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가케학원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친구로 알려졌다.
여기에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이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나”는 식의 발언을 일삼았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정권 도덕성에 큰 타격을 미쳤다.
반면, 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비율은 42%나 됐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 45%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무역’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협의가 시작되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살은 재무성을 이끄는 아소 부총리에게로 향하고 있다. 아베 총리인 아키에 여사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을 넘겼다는 ‘모리토모 스캔들’과 관련, 재무성이 공문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여기자 성추행에 대해서도 아소 부총리가 성추행 당한 여기자가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며 논란을 더욱 더했기 때문이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아소 부총리의 사임을 통상국회(정기국회) 복귀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아소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