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파이낸셜포커스-최종구, 잇단 선명성 발언 왜] 금융개혁 소신인가, 선거 후 개각 눈치보기인가

취임 이후 개혁 거리두기 행보

최근 삼성 지배구조 직접 압박

금융권 "규제 일변도로 가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및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에서 인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 및 전동휠체어 보험 협약식’에서 인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개혁 선명성 발언을 이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 개별 사안에 대해 나름 ‘소신 발언’을 해왔지만 선명성과는 거리를 둔 중립적인 발언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노조추천사외이사(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금융공기관이 우선 대상이고 민간의 경우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친노조 성향의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밀어붙일 때 최 위원장은 일정 ‘거리’를 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여권 주장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버티다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피해갔다. 금융위원회는 법제처에 금융실명제 관련 법령 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최 위원장을 두고 시장에서는 “역대 금융위원장 가운데 가장 소신 발언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개혁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는 평가가 상반되게 나왔다. 정부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한 금융개혁을 원했던 여권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진보정권답게 최 위원장이 코드를 맞춰 좀 더 선명한 개혁을 해나가기를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다.


여권에서는 최 위원장이 답답해 보였지만 최 위원장 측근들은 “금융위가 오히려 시장원리에 반하는 개혁을 하면 탈이 난다”며 최 위원장의 행보를 감싸 안았다. 한 측근은 “최 위원장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되면 정책 혼선이나 개혁 피로감 등이 쌓여 ‘어공(어쩌다 공무원)’에 의존해오던 청와대가 다시 ‘늘공(늘 공무원, 관료)’에 손을 내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학습효과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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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 위원장이 최근 들어 싹 달라졌다. 삼성 지배구조를 겨냥한 발언을 연이어 이어가는 등 선명성을 내보이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낯설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 위원장은 23일에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를 또 언급했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법률이 되면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 전에 회사 스스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전날 발언 내용을 다시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있는데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시행령 개정으로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최 위원장이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으로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최 위원장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 자신이 애를 써본들 막을 수 없으니 발언이라도 세게 해서 선명성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이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실명법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이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개각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을 겨냥한 정부와 여당의 개혁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일정 ‘거리’ 두기만 하면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어 선명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수장 두 명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금융위가 선명성을 더 높이고 있는 것 같다”며 “금융 산업 육성도 도모해야 할 금융위가 규제나 압박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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