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분단과 충돌, 새로운 윤리와 언어’를 주제로 ‘2018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2001년부터 매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을 재조명해온 기념문학제는 올해 1918년생 문인들 중 김경린, 문익환, 박남수, 박연희, 심연수, 오장환, 조흔파, 한무숙, 황금찬 등 9명을 대상 작가로 선정했다.
올해 선정된 작가들은 특히 친일문학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고, 이후 남북 분단을 경험하는 등 혼돈의 시절의 한복판에서 내적 갈등이 심했던 인물들이다. 선정 문인들을 살펴보면 오장환은 해방 후 임화, 김남천 등과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하다 1948년 월북했으며, 김경린과 박남수 등은 표현 자체에 심취하는 등 혼돈기에서도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2018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기획위원장인 박수연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최남선, 이광수 등이 본격적으로 친일 문학에 가담하던 시기에 1918년생 작가들은 스무살 무렵 지식으로서 첫발을 떼던 시기에 새로운 윤리적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문학적 완성도와 문학적 기교에 대한 고민을 한 대표적인 작가가 김경린 박남수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 사는 곳’에서 라는 시집에서 오장환은 ‘절망에 들떠 있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조선어가 학교에서 필수어가 아닌 선택어로 강등된 시기인 1938년~1945년 무력감 속에서도 그나마 시를 쓰면서 버틴 것”이라고 평했고, “심연수는 만주에서 피살당했고 원고는 동생이 땅속에 파묻은 것을 후일 공개하면서 그의 시가 세상에 알려졌다. 1917년 생인 윤동주에 버금가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친숙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문학제는 관련 행사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내달 3일 오전 10시에는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세미나실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다음 날인 4일 오후 7시 30분 마포중앙도서관 6층 세미나홀에서 대상문인들의 작품을 낭송, 영상, 연극 등의 공연으로 꾸민 문학의 밤을 선보이고, 부대행사로 △김경린 시 세계 재조명 학술행사 △오장환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등 다양한 작가별 행사를 연중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김경린, 조흔파, 황금찬의 유가족들이 아버지로서의 작가들의 모습을 회고한 글을 계간지 ‘대산문화’ 2018년 여름호에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심포지엄 발제문, 토론문, 작가 및 작품 연보를 엮은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논문집을 발간한다.